유찬희(심리·4)

우리 학교의 ‘외국대학과의 교환협약 체결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면 교환학생 제도는 ‘그 나라의 고유한 언어와 문화, 그리고 전공 분야의 학문을 익힐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교환학생이란 대학 간 협정을 통해 학생을 협정교에 파견해 일정 기간을 해외에서 수학하게 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생활하며 그 나라의 학생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말하는 것은 수업을 듣는 것 이상의 소중한 경험이 된다.

어떤 학생이 교환학생 자격으로 다른 나라에 유학을 갈 경우, 상대 협정 대학에서 거주와 의료 등 생활상의 문제를 보조하고 그 나라에서의 학생 신분과 소속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가 현재 해외 각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신분증 크기의 종이에 신상명세를 인쇄하고 도장을 찍은 후 코팅한 ‘도서관 출입증’ 뿐이다. 관련 부서에 이유를 물어보니 학교 행정본부는 교환학생을 정식 학생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증을 발급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교환학생과 일반학생의 학적처리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식 학생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대답부터가 문제다. 또 그것이 절차상으로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역시 바뀌어야 할 점이다.

갑자기 행정제도를 바꾸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우리 학교 교환학생 제도가 한 두해 된 사업도 아니고 매학기 지속적으로 교환학생이 이화를 찾고 있는 현재, 학교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행정처리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단일민족사회에서 연고도 기반도 없는 외국인들에게 제 1소속 기관을 자처한 셈인 대학이 신분증을 발행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닌가? 1년 동안 이들은 우리 학교의 학생으로서 학교의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자문을 구할 전문가를 초빙했다느니 세계적인 여성 종합 대학이라느니 하는 떠들썩한 기사를 내며 학교의 비전과 높은 수준을 자부하는 우리 학교다. 그런데 자신의 1년을 투자해 이화를 찾아온 외국 학생들에게 교환학생의 기본 취지인 ‘동등한 교환’ 조건조차 고려해 주지 못하는 점은 무척 실망스러웠다.

내가 작년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일본의 대학에서는 학교를 다니는 1년간 일본인 대학생이 누리는 모든 조건을 똑같이 누릴 수 있었다. IC칩이 내장된 학생증으로 교내시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도 불편이 없었고, 학교 내에서 학생에게 주어지는 할인 혜택도 똑같이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각 대학마다 차이는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이는 그 학교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는 것이다. 누런 종이에 바랜 인감 자국과 비닐 코팅을 한 이화여자대학교의 학생증은 2004년의 우리 학교가 어느 수준쯤인지를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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