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사 14기 기자 고양 YWCA 회장 황혜숙씨

학보사는 내 삶에서 가장 감사하고 소중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기억 중 하나다.

단지 학보를 만들어 내는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학보를 만들기 위해 쏟았던 열정, 같은 기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했던 학보사 사람들, 그리고 당시의 모든 상황들을 총칭하는 단어로 내게 다가온다. 취재를 위해 평소 가까이 하기 어려운 교수님이나 특별한 인사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고 그 만남은 대학 4년동안 공부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혜택이었다. 더욱이 학보사 선배기자, 혹은 더 먼저 퇴직한 선배들과의 만남은 항상 신선한 긴장을 줬고 닮고 싶은 모형을 제시해 줬다.

1968년 우리 학년이 제일 우두머리 기자였고 나는 기획기사를 담당하는 3면 부장이었다. 어느날 편집국장이 1면 부장과 나를 불러 제비 뽑기를 시켰고, 동그라미가 그려진 종이가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바로 월남에 파병된 국군을 위문하기 위해 떠나는 이화여자대학 위문단에 동행 취재할 사람을 정하는 제비뽑기였다. 너무 좋았지만 가지 못하게 된 친구 때문에 드러내놓고 좋아하지도 못하고, 많이 미안해 했던 생각이 난다. 월남에서 진행되는 몇 번에 걸친 국군 장병 위문공연 외에도 나는 취재기자라는 신분덕에 4인용 헬리콥터를 타고 정글 깊은 곳에 있는 부대까지 방문하기도 했다. 이 취재는 나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줌과 동시에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 사건이다.

4학년 2학기 말은 신문사 시험에 몇 번, 그것도 꼭 2차·3차까지 가서 낙방하고 기자가 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상실감에 빠져 있던 때였다. 어느 날 당시 주간이었던 정충량 교수가 YWCA에서 홍보출판 간사를 뽑는데 지원해 보라고 했다. 그곳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우선 직장을 잡아야겠기에 지원했고 면접하러 간 그 곳엔 학보사 출신 선배가 선임간사로 있었다. 또 인터뷰를 담당한 임원들 중 한 두 명은 학보 취재차 만났던 이대 교수님들이어서 마음 편히 면접에 임할 수 있었다.

비록 신문사 기자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적은 월급을 받지만 이 곳에서의 27년동안 나는 항상 나를 이곳에 오도록 다리가 돼 준 이대학보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만했다. YWCA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람의 잠재된 능력을 개발해 성장시켜준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척 이기적이기만 한 나에게 나눔과 보살핌을 알게 해 준 기관이기에 그렇다.

YWCA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나는 학보사 덕을 참 많이 누렸다. YWCA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발간을 위해 원고청탁을 하게 되면 기자 시절 만났던 교수님이나 선배기자들, 때로는 후배들이 너무나 훌륭한 집필자가 됐고 YWCA 행사 홍보를 위해서도 각 일간지에 포진해 있는 학보사 출신 기자들은 나의 든든한 빽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정말 학보사 기자가 된 덕에 ‘수지맞은’ 사람이다. 내 평생 헌신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 직장 생활의 수월함도, 그리고 보람과 감사하는 마음도 학보사에서 얻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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