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소(법학·2)

얼마 전의 일이다. 동아리 신입생들의 연습을 봐주기 위해 학관의 레크레이션홀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오후7시30분이 조금 넘었을 때 잠시 밖으로 나간 동기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관 4층 포관 쪽 출입문이 잠겼으니 열어달라’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그 출구를 이용한 것이 7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었는데 그 사이 문이 잠겼다니, 의아한 마음으로 마중을 나갔다.

내려가 보니 이게 웬일인가! 복도의 전등은 다 꺼져 있고, 4층 출입문은 물론 어두운 복도를 한참 더듬어 내려간 2층의 출입문마저도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1층 출입문은 자물쇠 없이 안에서 빗장만 걸어 놓아 문을 열 수 있었지만 비어있는 관리실을 보며 황당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오후9시30분 쯤 연습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올라오는 길에 켜놓은 전등이 다시 꺼져 있었고 1층 출입문의 빗장 역시 다시 잠겨 있었다. 관리실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문을 열고 나가니 한참을 기다렸음이 분명한 표정의 학생들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학생의 안전과 학교 비품 도난 방지를 위해서 문을 잠궜다. 복도 불을 끈 것은 전기 절약을 위한 조치였다.” 학교측의 답변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매우 타당한 이유임과 동시에 매우 형식적인 답변이다. 대체 누구를 위한 안전 조치인가? 무엇을 위한 절약인가? 과방이나 강의실에 남아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갇혀버린 학생은, 그리 늦지도 않은 시각에 건물에 들어가지 못한 채 출입문 앞에서 발만 구르는 학생은, 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복도를 더듬어 내려오는 학생은 보호와 안전 조치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인가?

절약이나 보호는 학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학생들의 필요에 의해 행해질 때 비로소 제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용이 잦은 출입문의 개방시간을 조금 더 연장한다거나 복도의 불을 다 끄기 이전에 강의실에 남아있는 학생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등 방법은 많다. 보다 학생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사소한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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