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일반대학원 영어영문학 전공 석사1학기)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학생문화관이 아닐까. 최근 이 학생문화관에 있던 이화서림이 가정관 지하 학생식당 맞은 편으로 이전했다. 가정관은 학생문화관보다 덜 이용하는 곳인 데다 이화광장을 가로지를 수 없게 된 후 더욱 드나들지 않던 터라 이화서림 이전 소식은 실망스러웠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새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는 사실이다. 예전 공간의 4분의 1 정도란다. 한번 가 봤더니 서가 사이가 너무 좁아 책 제목을 훑어 보기 어려울 뿐더러, 한 사람이 서 있으면 그 뒤로 다른 사람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다. 때문에 다들 벌떼같이 들고 일어날 줄 알았는데 잠잠하다.

이화서림이 빠져나간 자리엔 학생들의 취업을 돕고 각종 부직을 알선해 주는 경력개발센터가 들어선다. 학생들의 수요가 부쩍 늘어 넓은 공간이 필요해서 이전한단다. 하지만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있던 서점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에 수긍하기는 어렵다. 공간 배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거리가 멀거나 가깝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발길 닿기 쉬운 곳은 내게 중요한 곳이고, 반대로 발길 닿지 않는 곳은 중요하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서점은 멀고 경력개발센터는 가까운 현실 속에 살면서 ‘이번 방학에 어느 기업 인턴사원으로 지원해야지’하는 생각은 자주 하면서도 ‘이번 방학에는 어떤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덜 하게 되는 것이다.

새내기던 시절, 정문 앞에 또 다른 이화서림이 있었다. 아무 것도 내 맘대로 되지 않던 날, 마음 속에 분노와 짜증이 잔뜩 배어 있던 날, 우연히 서점 유리창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지하철에서 그 책을 읽으며 느끼던 짜릿한 해방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학교 앞 이화서림이 사라지면서 이런 우연의 선물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었다.

올 봄 이화서림은 더 발길 안 닿는 곳으로 옮겨간다. 브레이트의 ‘장미’를 빼앗긴 듯한 느낌은 나만의 망상일까. ‘아, 우리가 장미를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왔을 때 장미는 거기에 피어 있었다’(브레히트, ‘아 우리가 어떻게 이 작은 장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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