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마침 지나가던 선배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부탁을 받은 선배는 사진을 찍어주고 나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김활란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평생 결혼 못한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최승민씨는 그 뒤로 선배의 말이 계속 신경쓰였다.
김활란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결혼을 못하고 평생 미혼으로 살아야 한다니, 새내기를 당황스럽게 하는 이 소문의 진위를 밝혀본다.
이채은(중문·3)씨는 “김활란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졸업을 못하고 결혼도 못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며 “학교 안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곤 했었는데 소문을 들은 후로는 찝찝한 기분이 들어 아무래도 김활란 동상 앞은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70년대 말 대학 시절을 보낸 송혜숙(약학·81년졸)씨는 “내가 학교에 다닐 때는 그런 소문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임선희(동양화·86년졸)씨도 “그런 소문은 처음 들었다”며 “입학식·졸업식 때는 물론 날씨가 좋은 날도 친구·친지들과 김활란 동상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을 포함해 당시 함께 사진을 찍은 졸업생들은 모두 결혼을 해 어엿한 어머니가 됐다.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이 소문은 결국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헛소문이었던 셈이다.
교정이 특히 예쁜 봄날, 사진찍기를 좋아하는 이화인들을 당황하게 했던 이 소문의 주인공인 김활란 동상은 그 누명을 벗은 셈이다.
이제 김활란 동상 앞에서도 플래시를 터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