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명 중에 한명이 해낸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이화의 후배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똑부러지게, 하지만 부드럽게 말문을 여는 하윤정(컴공·96졸)씨. ‘대기업 연구원’이라는 직함만으로는 왠지 복잡한 일에 빠져 살 것도 같은데 인터뷰를 하는 동안 8개월 된 아들을 품에 안고 놀아주는 그의 모습은 따뜻하고도 활기차다.

텔레비전 광고나 휴대폰에서 한 번쯤 봤음직한 문구, ‘CDMA2000’. 그는 얼마 전까지 CDMA2000 개발팀에 있었고 지금도 정보통신 장비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네트워크사업부 N/W 시스템 Lab의 책임연구원이예요”라며 다소 긴 자신의 직업을 소개한다.

“전공을 살려 일을 하면서 더 많이 공부하게 됐다”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IT분야에 취직을 원하는 후배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단다.

그는 대학 졸업과 함께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을 선택했다.

그 중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여자는 버티기 힘들다고 말하는 대기업 연구소에서 9년째 IT분야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우리 회사는 공학 대학에만 특채 기회를 줬는데 약 5년 전에 여대 중 처음으로 이화가 그 기회를 따냈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는 여대생들에게 특채 기회를 주지 않았고 남녀공학 대학에서도 여학생의 비율이 적었다는 설명으로 미루어, 아직까지도 남녀에게 평등한 입사 기회가 주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하윤정씨는 “사람들은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해서 성공을 못하죠”라며 용기를 복돋운다.

그는 결혼을 코앞에 두고 생긴 유학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회사 상사에게 “나를 보내라”고 당당히 요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덤비라”고 당부한다.

자신을 관리하는 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내 욕심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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