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마다 수강신청 날 아침이면 긴장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듣고 싶은 수업·들어야 하는 수업들이 모두 입력되길 바라는 간절함으로 엔터키를 쳐보지만 뜬금없이 발생하는 오류와 로그인 실패 메시지 때문에 헤매다 보면 어느새 ‘수강인원이 다 찼습니다’ 라는 벽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고 난 후 우리는 또 하나의 벽을 만난다.

수강신청을 하는 당일부터 수강신청 변경기간까지 공포의 엔터키와 열렬한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정원이 찼는지 안 찼는지 모른 채 죽치고 앉아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엔터키를 두드리는 것은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다.

누군가 수강 취소를 해야만 내가 그 빈 틈을 비집고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암담한 일은 그 빈 틈이 있는지도 모르는 채 계속 헤딩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 각 강의별로 수강인원이 몇 명 비어 있는지 실시간으로 수강신청 홈페이지에 제시해 주길 바란다.

수강인원이 몇 명 비어 있는지 표시해 준다면 최소한 빈 자리가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무턱대고 마냥 기다리는 수고는 덜 수 있을 것이다.

수강인원이 다 찼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엔터키와 씨름하는 이화인들의 수고와 에너지를 좀 더 생산적인 다른 일에 쓸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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