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만 되면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른이 되면 이모들처럼 높고 뾰족한 구두를 신고, 얼굴에 예쁘게 화장도 하고, 이것저것 예쁜 귀걸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막연히 스무 살을 기다렸다.

대학에 들어가면 내 인생의 모든 힘든 짐들이 벗겨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오직 대학만 바라보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런 시간들을 뒤로 한 채 지금은 대학 생활을 한 해 남겨둔 4학년이 됐다.

04학번 새내기들과 새터에 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문득 나의 1학년 생각이 났다.

처음에는 여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으로 속이 상했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수많은 이화인들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 참 힘들었다.

많은 방황 속에 흘려보낸 시간들이 문득 생각난다.

하지만 이화에서의 3년은 진정으로 내가 누구인지, 여성으로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

그것은 이 시대·이 사회에서 앞으로 여성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만일 남녀 공학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면 놓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 자체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 친구들은 채플에 의한 주입식 교육의 결과라고 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화인들이 이 세상의 여성들을 대표할 여성 일꾼으로서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이화인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그러므로 새내기들은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이 아름다운 이화의 동산에서 최고로, 열심히, 후회없이 하길 바란다.

새내기는 이제껏 이화가 한국 여성의 등불이 됐듯이 세계 여성의 등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4년, 이화에서 활짝 핀 배꽃잎처럼 새내기들이 비전을 향해 힘껏 날개짓하며 비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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