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스물 한 살 정도의 어린 후배들이 자기 꿈을 접고 현실에 맞춰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아트퀼트 활동가 홍한이(보교·85년졸)씨. 그는 보건교육을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지 15년 만에 텍스타일디자인 대학원에 다시 입학한 늦깎이 대학생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보건교육’과 ‘텍스타일디자인’ 사이에서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

그는 퀼트 분야에서 수상 실적과 경력을 쌓고도 전공이 전혀 다르다는 이유로 관련 협회의 등록을 거부당하는 시련도 겪었지만 그런 차별을 이겨냈기에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을 가졌기에 하고 싶은 일이 전공과 너무 달라 포기하려는 후배들을 돕고 싶다고 한다.

“요즘도 이화의 선후배가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는 얼마 전 동문과 함께 우리 학교의 한 미술 동아리를 찾아갔다.

학부 시절 미술반 활동을 했던 그들은 자신들이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후배들과 함께 전시회를 하면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애써 찾아간 것이 무안할만큼 후배들의 반응은 냉랭했다고 한다.

후배들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찾아 돕고 싶은 선배들은 그 내리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내심 실망한 듯 했다.

그는 미국·일본 등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서로 돕지 않고서는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연관성이 없는 분야끼리도 잘 융합하는 그들과 다른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그래서 특히 “이화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사회에서 이화인들이 많이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교련 교사의 삶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직물의 무늬나 색채를 연구하는 아트퀼트 활동가로 변신했다.

그래서 자신과 같이 삶의 방향을 전환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정말 뜻이 있는 사람은 방법을 찾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내가 마음을 열면 다른 사람도 열 것이고, 사회도 열릴 것이라고 믿어요”라며 웃음짓는 그에게서 이미 변신한 사람과 사회를 인정할 줄 아는 여유와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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