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캠퍼스를 거니노라면 이곳저곳에서 사랑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혹시나’ 하고 갔다 ‘역시나’ 하고 돌아올지언정 사랑예감은 늘 우리를 설레고 들뜨게 한다.

휴대폰 사이로 주고받는 연인들의 정겨운 대화와 화사한 미소는 그 곁을 지나는 이들에게까지 전염되곤 한다.

정든 이화교가 사라지는 것을 모두가 못내 아쉬워했던 것은 기차 꼬리를 우연히 밟았을 때 오는 행운을 포기해야 했던 서운함도 한 몫 했으리라. 하지만 어느 새 이화인들 마음 속엔 후문 행 좌석버스의 행운 이야기가 대신 자릴 잡았다.

좌석버스를 타고 보니 꼭 한 자리가 남아 있어 가까스로 비집고 들어가 앉았는데, 곁눈질을 해보니 바로 옆에 이웃 대학의 남학생이 앉아 있더란다.

순간 가슴이 뛰는데, 그 날 따라 이대 후문까지 오는 길은 왜 막히지도 않는 것인지…. 좌석버스에서 내린 후에도 아쉬워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문제의 그 남학생이 바로 뒤에서 ‘저 여기 있어요’하더란 이야기다.

이들 이야기가 꾸며낸 것이라 한들 대수겠는가. 기차의 소음도, 삭막한 버스 안도 낭만적 사랑의 분위기로 만들어갈 줄 아는 우리 이화인의 솜씨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사랑이 삶의 화두로 떠오른 이 시대에 페미니스트들은 ‘사랑의 여성화’ 현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랑의 개념은 여성의 경험에 편향돼 정의됨에 따라 친밀한 감정·긴밀한 대화·정서적 유대가 사랑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반면 실질적인 도움이나 문제의 해결을 중시하는 남성적 사랑 방식은 점차 사랑의 영역에서 배제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때문에 여성이 점차 사랑에 얽매이게 될 때, 사회적으로 사랑은 여성의 비즈니스로만 여겨져 평가절하된다는 역설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대신 앞으론 ‘자기 발전’과 ‘관계성’ 사이에 균형을 이루면서 ‘상호 의존성’의 조화를 모색하는 새로운 사랑 개념을 실현하자는 것이 이들의 대안이다.

한데 사랑의 대상이 어찌 이성을 향한 가슴 떨림에만 한정되겠는가? 채플 시간에 가지런히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마음에도, 도서관 불빛 아래 젊음의 열정을 승화시킨 손길에도, 소외된 이웃을 향해 부지런히 다가가는 발길에도 이화인의 사랑은 넘쳐나는 것을…. 올 한 해도 성숙한 사랑이 이화 캠퍼스 곳곳에 스며들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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