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불쑥 내걸린 ‘이대앞 미용특화 거리 명명식’ 축하 현수막은 모든 이화인들을 놀라게 했다.

이 일을 담당했던 서대문구청 공중위생계 팀장은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한 내게 ‘미용특화거리 지정이 왜 이화여대에 위해가 되는갗고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나는 속으로 ‘그걸 말이라고 하는갗고 소리쳤지만 차분하게 설명을 해야 했다.

1. 공익을 우선해야 하는 정부기관이 대한미용협회 서대문지회의 입장만을 대변한 점, 2. ‘이대앞’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이 거리는 대학가이고, 대학들이 밀집돼 있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장기적 안목에서의 특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3. 미용실이 많다는 것과 미용특화거리 지정은 별개의 문제로서 술집이 많다고 연대앞을 ‘주점특화거리’로 지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면에서 이대앞에 대한 이번 조처는 여성에 대한 폄하와 비하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4. 미용특화거리 지정으로 인해 이화여대 이미지가 실추되고 그로 인해 이화여대 졸업생 및 재학생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점을 설명해야 했다.

그리고 서둘러 공감을 표하신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11월14일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었다. 그런데 왜 인권위원회인가? 그것은 ‘미용특화거리’ 지정이 이화여대 구성원들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고 행복추구의 권리, 학문의 자유와 환경권, 그리고 평등권을 침해한 행정조처로서 포괄적 의미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화여대는 대학 앞의 과도한 상업적 환경으로 인해 물리적, 심리적 피해를 입는 것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형성된 사회적 편견으로 개인적인 삶 안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유일한 대학일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여성비하의식과 연결되어 ‘사치스러운 이대생’, ‘공부는 안하고 외형적 멋에나 신경쓰는 이대생’, ‘진지하지 못하고 신뢰할 수 없는 이대생’의 이미지는 고대생들이 이대로 몰려와서 축제를 폭력적으로 망친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는 또 남녀를 불문한 일반인들에 의해 이대 졸업생들이나 재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언어적, 신체적 위해와 폭력의 변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취업이나 승진에 있어서 암암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화인들은 개인의 차원에서 편견에 맞서 고군분투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다.

여자대학으로서 학교앞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다른 대학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때때로 간과하고 있다. 학교 당국조차도 학교앞 문제에 매우 소극적인 방식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 문제에 얼마나 둔감한가를 보여준다. 와와 쇼핑센터, 신촌민자역사, 대현공원재개발 등 앞으로도 문제가 산적해있다. 이화의 모든 구성단위들에 의한 좀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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