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째 등장인물만 바뀐 연극은 재미도, 흥미도, 관심도 없다.

시간이 남아 돌아 주체를 못할지라도 그 연극을 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데 그 연극에 대한 비평을 써야 한다는 건, 매우 심기 불편한 일이다.

더구나 이미 책 한권을 족히 만들고도 남을만큼 많은 비평 글들이 나와 있는 마당에 이 글까지 더해진다는 것이 사족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학생회 선거(혹은 학생회)에 대한 다양한 비판들과 대안적 실험들...그러나 언제 그러한 문제 제기와 실험이 있었냐는 듯 올해도 학생회 선거는 여전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선거는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과 내년 등록금 투쟁을 대신해 줄 그 누군가가 필요한 사람든은 어떠한 훼방에도 끄떡없는 강력한 연대의 모범을 보여준다.

또는 보여줄 것이다.

자신들조차 실현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아는 그래서 추상적인 수사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공약이 제시되고 (물론 백화점의 상품처럼 멋지게 포장해 진열하는 건 기본이다) 그 약속이 실현되면 좋지만, 안되도 상관없는 이화인들은 후보 얼굴 한번 힐 끗 쳐다보는게 전부이다.

그리고 기성 선거의 지역주의 투표만도 못한(자신의 고향 후보자에 대한 지지는 지역발전이라는 떡고물을 염두해 둔, 경제적 합리성 면에서 살펴보자면 상당히 일리가 있는 행동이다 )"자신의 단대 출심 후보자 무조건 찍기"를 행한다.

자기가 속해있는 단대 출신 후보자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면 "단대 발전"이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무조건 찍는 투표자가 필요한 또 다른 한 족에서는 "투표율 50%넘기기"라는 절대 절명의 목표 달성을 위한 필사의 노력이 경주된다.

이렇듯 아름다운(?) 공존을 유지하고 있는 이화에서 4년도 아닌 5년씩이나 학교를 다녀아 하는 사람으로서 작년 서울대의 "광란의 10월" 선본은 그들이 표방했던 것이 "천박한 엘리트주의와 조약한 반운동권주의"에 다름 아닐지라도, 일단 반갑다.

또한 작년, 학생회 선거가 정파별 땅따먹기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솔직하게 지적하며, 학생회 선거를 "구라" 라고 호명했던 "선거를 바꾸는 사람들"의 활동은 짜고 치는 고스톱만도 못한 이화 학생회 선거가 가진 소중한 기억이다.

이제 얼마 후면 투표 삐끼가 된 중선관위와 각 선본 운동원들이 이화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운운할 것이다.

그리고 이화인들은 그들의 간곡하고, 간절한 부탁에 못이기는 척,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물론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투표는 유권자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배워왔다.

그러나 과연 학생회 선거에서 유권자에게 진정한 권리는 있는가? 실상 이화인의 권리라는 건, 학생회의 배타적인 정당성을 조작해 내기 위한 강요된 권리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제 제대로 권리를 행사해보자. 투표를 하자는 게 아니다.

강요된 선택을 하지말고 적, 극, 적인 기권을 하자는 것이다.

투표를 거부해도 좋고, 무효표를 만들어도 좋다.

우리의 권리라는 걸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 그것을말하고 싶다.

유지연(정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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