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대만 타이중에 있는 통하이 대학교에서 열린 UBCHEA 와 ACUCA회의에 장상 총장님과 함께 참여하였는데, 이는 매우 소중하고 의히있는 경험이었다.

장상 총장님은 UBCHEA (아시아 기독교 고등교육 연합재단, United Board for Christian Higher Education in Asia)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석하셨고, 필자는 이사회와 공동으로 개최된 아시아 기독교 대학 협회인 (아시아 기독교 고등교육기관 협의회 Association of Christian Universities and Colleges in Asia) 총회에 논평자로 참여했다.

뉴욕에 소재하고 있는 이사회가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개최되는 사실은 전주한미국대사이자 현 UB 이사장인 제임스 레이니의 말처럼 미국이 아시아 지역과 관계 맺는 방식이 변화되고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더 이상 미국 중심적 사고 방식대로 움직여서는 안되겠다는 각성과 함께 어시아 지역 내에서 각국가간, 각 대학끼리의 교류가 더 활발히 일어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고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각 국가의 개별 대학과 UB가 일대일의 관계를 맺기보다는 아시아 지역 안에서 공동의 사안을 중심으로 네트웍을 만들어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지원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의미를 갖는 이사회였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과 아시아 여성학센터가 지난 3년 간 공동으로 주최한 아시아여성학 교과과정 개발 사업은 이러한 방향을 선구적으로 진전시킨 사업으로 인정받아 이번 이사회에서 그 동안 이화에서 수행해 온 사업을 보고할 기회를 가졌다.

이화여대에서는 이사회 개최 일 주전인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아시아여성학2000"을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해 지난 3년간의 사업을 일차 마무리 한 바 있다.

(이대 학보 10월 30일자 참조) 회의에 참여한 많은 참가자들은 아시아여성학교과과정 개발사업의 3개년간의 진행 과정을 15분 정도로 편집된 비디오 테잎을 통해 봤다.

이는 그 동안 아시아 8개국 여성학자들간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져온 어렵고도 의미 있는 작업을 이해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화여대의 프로젝트 수행 결과는 이사회가 진행되는 전체 사흘 동안 계속해서 모범 사례로 인용되었고 앞으로 더 큰 지속적인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이끌어 내는 성과를 얻었다.

이 회의 이튿날 열린 총회에서는 인도의 석학인 큐리엔 박사가 "글로벌리제이션과 아시아의 고등교육: 기독교 대학의 의제"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이에 대해 필자가 논평을 했다.

큐리엔 박사의 강연은 글로벌리제이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이 상황에서 대학교육은 지식을 분배,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큐리엔 박사는 지식을 사적인 소유물로 상업화하려는 시도가 글로벌리제이션의 한 양상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단기적 성공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역시 함정에 빠질 것이라교 예견한다.

즉 지식에 대한 결단을 가지고 지식과 정보, 지식과 지혜를 구별내 내는 사람들에 의해서 그러한 상업화 시도는 무기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를 해석해내고, 오늘을 분별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구도자, 시인, 철학자, 예언자들은 지식을 공유하려는 욕구 때문에 뭉칠 것이고 공동소유의 지식을 생산하고 보존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현재 한국여성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리제이션과 성별정치학"이라는 대주제 안에서 다루고 있는 15가지의 주제연구를 개관하여 성별 문제의 복합성과 중요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큐리엔 박사가 전제하고 있는 이상적 지식생산공동체의 모태인 대학이 또 하나의 가부장제 사회이며 대다수 여학생들을 위축시키고, 무력화하는 장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공동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대학이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기조 발제자의 인식에 공감하면서 그런 점에서 여성주의 윤리학이 제공하는 통찰을 받아들일 필요하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기독교 교육이 주제인 이 회의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여성주의자라는 필자의 믿음을 덧붙이기도 했다.

특히 아직 대다수가 남성중심적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학의 총학장들에게 이화여대의 모델과 성공적 기부금 형성 그리고 여성학 발전과정을 소개하고 더 나아가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