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갔다.

하늘은 점점 놓아만지고 작열하던 태양도 하늘을 따라 땅에서 멀어진 듯 그 열기가 많이 퇴색한 가을이다.

3개월이 지나갔다.

의대생이 하나가 되어 뜨겁게 투쟁하기 시작한 그날로부터. 그러나 그 열기는 절대 식지 않은 채로. 2000년 7월1일 의약분업이 실시되었고 그로 인해 여러 의료제도의 모순점들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의료계 파업이나 의대생의 자퇴서 투쟁은 단순히 의약분업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 많으며 의약분업만으로 이해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씨가 돌밭이나 가시밭이 아닌 질 좋은 토양에 뿌려졌을 때에만 결실을 얻을 수 있듯이 약물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의약분업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의료환경자체가 올바르게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각성에서 이화를 포함한 의대생은 이번을 계기로 파행적인 의료의 틀을 다시 짜고자 이 투쟁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언뜻 보았을 때 의약분업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의료보험재정 50% 국고지원을 관철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부실경영에 정부가 쏟아붓는 돈의 액수는 어마어마한다.

매일 신문에 찍혀서 나오는 몇 십 조라는 돈의 개념에 익숙해져 있기에 이제 몇 억이라는 돈은 껌값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그러한 정부가 의료보험 재정 50% 국고지원 1조2천억 원은 절대 내어 놓을 수 없는가보다.

약속한 것처럼 이제까지 의료보험 재정 50% 국고지원을 이행했더라면,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30%이상을 지금처럼 쓰고 있는 상태라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의료보험 재정이 흑자를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모든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여 의약분업 실시로 인해 드는 추가비용까지 덧붙여 의료보험료를 대폭 올리겠다는 심산이다.

고쳐야할 것이 너무도 많다.

비단 잘못된 의약분업뿐만이 아니라 의료전반에 걸쳐 개선되어야 할 점이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경제나 정치 다음으로 생각하여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고쳐내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의료인들의 끊임없는 자시반성과 관심으로 유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의대생들은 26일 자퇴서를 제출하고 거리로 나가 이러한 부조리를 알리고 그것을 올바로 고치는데 동참할 것이다.

그러나 의료개혁은 2만 의대생과 7만 의사만이 주장한다고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국민적 관심과 동의가 바탕이 되어야 마침내 실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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