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상들 힘모아서 송의장 구출합시더"

『전라도에서 갑석이가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지 꼭 일주일이 지났는디 소식조차 들을 수 읍고…도대체 안기부 저 안에서 우리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변호인도 못 만나게 하고 가족들도 이렇게 내모니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인기여? 전대협 의장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시민인디』라고 말하는 송갑석의장의 어머니 정양엽씨(55세). 정씨는 송의장이 수배된 이후로 한번도 아들의 얼굴을 본적이 없다며 안타까워 한다.

제4기 전대협 의장인 송갑석군(전남대 총학생회장 무역학·4)은 5월 9일 국민연합 주최의 반민자당 집회를 주관했다는 이유로 수배를 받아오다가 지난 24일(수) 안기부에 의해 불법연행된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이미 보도되었듯이 송의장이 은신했던 아파트 곳곳에 핏자국이 남아있었다는데서 어머니의 걱정은 한층 더하다.

『피를 많이 흘렸다는디, 안기부에서 심하게 고문이나 당하는 건 아닌지. 갑석이 그누마를 오늘은 꼭 면회시켜준다고 먹을 것까지 오라구 하든 놈들이 이제와서도 안된다구, 이렇게 에미 가슴을 찢어놓을 수가 있십니꺼?』 하루종일 「면회」를 요청하며 시위를 벌이던 정씨는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덥썩 주저앉는다.

남산 안기부 맞은 편에 위치한 주자파출소 앞에서 송의장의 어머니와 가족들은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악을 쓰듯 외쳐대고 있었다.

『전대협 의장 송갑석을 구해냅시다!』라고. 정부의 배려(?)로는 전경차가 1대 대기중이었고 사복경찰 30여명 정도가 가족들을 둘러싸고 시민들의 시선을 차단시키고 있었다.

(본사 사진기자가 시민들에게 전대협 의장의 구출을 호소하는 정씨의 모습을 찍으려하자 사복경찰이 필름을 뺏으려 들기도 했다.

) 언제나 아들의 신변을 걱정하는 정씨에게 송의장은 항상 『나라가 있은 후에야 제가 있고 가족도 있습니다.

시국이 어지러운 이때에 우리 청년학도가 아니면 누가 이를 바로잡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처음 전대협 의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무거운 책임인데 기왕 맡은 일이니 매사에 성심성의껏 끝까지 신중하게 해내거라』며 송의장을 격려했다는 어머니. 일주일간의 원망과 기대가 또다시 무너진 가족들은 「면회」를 요구하던 중 아버지 송기형씨(62세)가 전경으로부터 구타를 당해 틀니마저 다 깨져버리기도 했다.

정씨가 전대협의 백만학도들에게 전해달라는 말이 있다.

『대동단결, 대동투쟁(이때 아들의 말투가 생각나는 듯 전씨는 말을 잇지 못한다)으로 우리 전대협 송의장을 구출해 냅시다.

학상들이 일주일 됐다고 손길을 늦추면 저 안하무인인 안기부가 더 설쳐댈 것이여. 이 시대의 의기와 열기를 되살려서 이땅의 민주화를 위해 뭉칩시다.

백만 청년학도 여러분!』또한 정씨는 꿈에도 그리는 아들을 만나면 전해줄 말을 준비하고 있다.

『갑석아! 몸 건강혀서 살아남그라. 살아서 끝까지 이나라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그라. 자랑스런 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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