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학기에 한 두 과목씩은 꼭 교양과목을 듣게 된다.

그런데 이 교양과목들의 대부분은 대형강의다.

대형강의는 오래 전부터 학생들의 불만을 사곤 했지만 강의실 부족·교수부족 등의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돼 왔다.

이번 학기에도 나는 정원이 6백명 정도 되는 대형강의를 듣게 됐다.

거대한 교실, 잘 들리지도 않는 교수님 목소리, 알아보기 힘든 칠판의 글씨··· 그러나 이런 것보다 더 짜증나는 것이 있다.

빈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마다 듣게 되는 "자리 있는데요!"라는 말. 물론 교양수업은 친한 친구들 몇명이 같이 모여 신청하기 마련이다.

같이 듣는 친구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조금 늦게 나타나게 된다면 옆에 자리 하나쯤 마련해 준다고 해서 크게 뭐라고 할 수 없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상식적 수준을 벗어나 아예 옆에 서너자리씩, 가방으로는 모자라서 책, 공책, 심지어는 필통까지 동원해가며 자리를 맡아놓고 태연하게 앉아 있는 사람을 보면 수업들을 맛이 뚝 떨어지기 밖에 더하겠는가? 수업시간에 앞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늦었다면 모를까 제 시간에 강의실에 도착해서도 "예약석"들 때문에 몇 분동안이나 앉을 곳을 찾아 배회하다가 결국 칠판도 잘 보이지 않는 뒷자리에 앉게 된다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누구는 친구 하나 잘 둬서 느지막히 와도 편안히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데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옆자리에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내려놓기 전에 한번쯤 다른 학우들의 생각도 해보자. 쉽게 고쳐지지 않는 버릇이라면, 적어도 귀찮다는 듯이 퉁명스럽게 "자리 있는데요"라고 내뱉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같은 학생들 사이에도 지켜야 할 예의는 있다.

작은 노력 만으로도 한 학기에 몇 번씩 짜증을 내며 오가야 할 강의실이 조금은 달라보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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