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는 유달리도 길게 느껴지는 해였다.

4월에는 총선이 있었고 그 뒤에 곧바로 이어진 노개위구성과 노동법 개악을 위한 움직임들이 있었고, 그와 함께 끊임없이 조직사건들이 터져나왔다.

노나매기 사건을 시작으로 전국학생정치연합, 한국 노동청년연대, 21세기, 자주대오 그리고 전국학생연대로 이어지는 조직사건들은 우리들을 긴장시켰고 8월 한총련사태의 수천명의 연행과 수백명의 구속자로 그 정점을 이뤘으며 현재까지도 학원침탈과 학생회장들의 연행이 계속되고 잇다.

이러한 정세들을 바라보면서 2학기 이화내에 활발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문제의식 속에서 신노사관계를 분쇄하고 공안탄압의 최대무기가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는 것을 내용으로 이화운동본부가 만들어졌다.

운동본부에서는 10월28일(월)부터 30일(수)까지 학생관 가건물 앞에서 ‘불법의 거리’라는 이름으로 거리전을 진행했다.

이 거리전에서는 사상·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의 부당성을 폭로하자는 취지로 국가보안법 철폐서명운동과 국가 보안법에 의해 불온서적로 규정된 책들을 전시, 판매함과 동시에 현재의 정세들을 알려내는 자보전들을 함께 진행했다.

이와 함께 거리전의 일환으로 ‘이화인 정치의식 조사’라는 이름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는 8월 한총련사태와 최근의 공안탄압과 국가보안법, 그리고 일반적인 정세들에 관한 이화인의 생각을 묻는 것이었다.

이 설문조사의 결과 한총련사태에 대해 이화인 대부분이 한총련을 친북적으로 보나 현 정부의 대응방식이 비인도적이었으며 언론 또한 편파적인 보도로 일관햇다고 생각하는것으로 나타낫다.

그와 함게 학생운동의 정치적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표현방식에 있어서 폭력성은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을가지고 있으며 경찰의 진압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국가보안법에 관해서 대다수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거나 ‘폐지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30%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의 결과를 가지고 어떤 결론을 섣불리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가 되는 점은 이러한 이화인들의 문제의식이 한가지 흐름으로 정리, 표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학생운동에 대해 부정적이지는 않으나 한총련의 운동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정확히 어떤 지점인지가 불명확하다는 것은 학내에서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충분한 논점이 형성되지 못햇기 때문이다.

한총련 사태 이후 그 진상을 알리는 대자보가 수없이 붙었지만 그 속에 어떠한 입장도 밝혀지지 못했던 것을 기억한다.

도한 현재의 공안탄압에 대한 속보를 통해 상황을 알리는 것 이외에 어떤 흐름으로 대응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부족하지는 않았는가? 지금은 각 학생회 선거가 진행중이다.

단순히 학내문제에만 머무르는것이 아니라 한총련사태와 그외의 정세에 대해서 스스로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학생우동이 가져야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선거가 진해오디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97년에도 계속해서 정치,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여 많은 사상범들을 만들어내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해나가기 위한 꾸준한 움직임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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