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적 교류열망 영화상영으로 이어져

8.15 범민족대회 이후 대학가에서는 북한영화상영으로 다시 한번 통일열풍이 불고 있다.

10월 31일 고려대, 서울시립대, 조선대를 포함한 18개 대학에서는 일제히 북한영화를 상영했다 경찰은 이날 전국적으로 1백 20개 중대 1만 5천여명의 병력을 교내로 진입시켜 상영을 강력히 저지했으나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장소를 몇번이나 바꿔가면서 끝까지 북한영화 상영을 강행했다.

또 지난 1일에도 경북대, 대구대, 원광대 등 6개 대학이 북한영화를 상영해 경찰과 충돌이 있었다.

원래 북한영화제는 지난 10월 10일과 17일, 고·연 민족해방제의 문화행사로 준비되었으나 정부의 강력한 탄압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반발한 서총련이 「꽃파는 처녀」, 「소금」, 「탈출기」등, 북한영화를 31일 18개 대학에서의 동시상영을 추진한 것이다.

치안본부는 『각 대학에서 상영하는 북한영화는 현 북한체제의 정통성과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논리적 귀결을 유도하는 이적 표현물이므로 상영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영화상영과 관련해 경찰은 전대협 학추위위원장 권오중군(연세대 총학생회장 화학·4) 외 간부 2명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내외 7천만 겨레의 관심이 통일로 모아지고, 분단 이후 통일에 대한 열기가 가장 고조된 이 시기에 정권이 또다시 북한영화 상영을 강력한 탄압으로 막아선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정권은 그간 북방정책을 통해 한·소 수교 등을 벌이고 한창 경평충구나 뉴욕에서의 남북영화제 등 정권이 주도한 화려한 행사들로 온국민의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소금」, 「탈출기」등의 영화가 이미 남북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자주적 교류를 추진하는 학생들에 의해 준비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연발 최루탄을 앞세우고 저지한 것이다.

이는 정권의 그간 통일정책은 사실상 통일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남북한 교차승인, UN 분리가입을 통한 두개의 한국 정책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총련 학추위 위원장 이재진군(시립대 총학생회장 도시계획·4)은 『88, 89년 통일운동의 성과로 「통일」이라는 현안이 대중적으로 부각되자 현정권은 북한과의 교류창구를 독점하여 통일정책을 통해 국내정치 위기상황을 무마시키고 장기집권 음모에 이용해 온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서총련 의장 윤진호군(고려대 총학생회장 산업공학·4)은 북한영화 상영을 추진한 의도에 대해 『그간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위해 청년학도들이 판문점으로 가는 길을 닦은 것과 같은 마음으로 이 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민족간의 이질성을 부수고 남북한 신뢰를 구축하는 첫걸음이라는데 이 행사의 의의가 있습니다』라고 밝힌다.

이와 관련해 서총련이 북한영화상영을 강행한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북한 바로 알기」의 전환점을 모색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반공교육을 통해 북한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가져 왔다.

지금까지 대학가에서 대자보를 통한 북한의 실상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긴 했으나 일면성에 그쳐왔다.

그러나 영화는 사회전반이 투영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서 다각적인 면에서의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둘째로 영화상영의 핵심은 민족적 동질성 회복에 있는 것이다.

즉, 영화매체를 통해 북한문화를 바로 이해하고 민족의 수난사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하는데 있다.

「소금」을 관람한 민호식군(고려대 사회·2)은 『북한영화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일개인의 우상화나 찬양의 내용이 아닌 진솔한 민중들의 이야기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데 놀랐습니다』라며 그 감상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창구단일화 논리로써 통일을 자신의 이익으로 이용하고 있는 정권의 본질을 명확히 밝히는 계기로 북한 영화 상영을 상정했다는 것이 세번째 이유이다.

이번 북한영화상영을 통해 자주적 교류를 열망하는 학생들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정권의 반통일성은 다시 한번 증명된 것이다.

서총련은 이번 북한영화의 상영을 민간주도의 첫 교류로 평가하고 앞으로도 각 대학별로 상영을 추진할 계획이며 단위별 노동조합을 비롯한 농민들에게 필름을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북한영화 상영 이후의 통일운동 전개에 대해 이군은 『11월은 노정권이 장기집권음모를 노골화하면서 내각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실속없는 통일정책을 펼쳐 국민의 관심을 모은 뒤 준비한 내각제를 결사반대하며 12월 UN단독가입을 온 국민의 대중적인 통일운동으로 막아낼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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