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여성의 결혼과 직업관 스스로의 삶을 창조하는 책임있는 선택의 길 『선생님, 저는 결혼후에도 직장을 다니고 싶은데 지금 사귀고 있는 남학생은 결혼하면 집에서 살림만 하기를 원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저는 결혼을 한다는 것도 그렇고 더구나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한데 최근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생각이 더욱 복잡해졌어요. 어찌하면 좋을까요?』 수요일 오후 나의 연구실을 찾는 학생들이 던지는 질문들이다.

학생생활지도 연구소의 상담교수로 학생들의 삶과 사랑, 갈등과 고민을 함께 나눈지도 어언 10년. 강산의 변화를 실감케하는 세월의 변화와 더불어 학생들이 풀어놓는 삶과 사랑의 이야기도 많이 달라져가고 있음을 본다.

70년대는 주로 결혼전 이성교제에 대한 근심과 그로 인한 고민이 상담의 주를 이루었다.

80년대 들어서는 결혼 후에도 과연 직장생활을 계속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 아니면 혼전 성관계를 둘러싼 가치관의 혼란과 경험의 당혹스러움이 상담의 주를 이루었던 것 같다.

한데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로 접어들면서는 일단 결혼과 취업을 병행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그로 인해 겪게 될 이중역할의 부담이나 취업활동상의 장애요인에 대한 고민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최근 들어서는 「남성과 여성은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왜 성과 결혼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견지하느냐」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실적으로 결혼이라는 것이 여성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아예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다짐하는 학생들이 늘고있는 듯하다.

결국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 시대의 여성들과 20·30여년 전의 여성들을 비교해볼 때, 이 시대의 여성들은 훨씬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이 주어진 가운데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뇌와 방황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 젊은 여성들, 특별히 남성과 마찬가지로 결혼과 취업을 모두 선택할 수 있게 된 이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먼저,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이다.

요즘 젊은 여대생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결혼기피증이나 혐오증, 아니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결혼에 대한 환상, 이들은 모두 미숙한 태도에 다름아니다.

결혼도 일도 당당하게 선택하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임있는 선택의 밑바탕에는 자신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기라고 권고하고 싶다.

자신의 삶의 의미는 자신이 창조해야 한다.

아울러 그 의미를 주위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

또한 책임있는 선택을 위해서는 인생의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라 권하고 싶다.

대학시절이야말로 삶을 계획하고 계획된 삶의 실현을 위해 착실히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우리는 자신이 계획한 그 삶의 길로 당당하게 걸어가야 한다.

결혼도, 취업도, 부모가 된다는 것도 자신의 인생계획 속에 포함시켜야 한다.

자신의 길을 가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면 결혼을 선택할 수도 있고, 혹 영원히 못 만난다면 홀로사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과거처럼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되는 삶을 선택하기에는 여러분 삶의 조건과 사회구조가 너무 많이 바뀌었다.

이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랑은 웅덩이에 빠지듯 풍덩(falling in love)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노력이요 능력이다.

당당히 홀로설 수 있는 성숙한 사람들, 진정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갈 수 있는 사람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결혼은 나눔의 과정이다.

가장 바람직한 결혼의 수학은 1+1=11+1+새로운 결혼자아를 형성해가는 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생은 예술가들의 작품활동과 같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예술가들은 작품을 파기할 수 있으나 우리의 삶은 되돌릴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림은 찢어버릴 수 있고 도자기는 깨부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인생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러니 예술가가 심혈을 기울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듯 우리는 인생이라는 작품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이동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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