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절반 - 여성농민 굳은 흙손 마주잡기 부끄러워
하늘의 절반 - 여성농민 굳은 흙손 마주잡기 부끄러워
  • 이대학보
  • 승인 199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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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호별방문을 통해 마을 부녀자들의 상황파악 및 분반활동 홍보. 셋째날, 사랑가·성주풀이 등의 노래를 배우며 허물없이 어려운 농촌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공유 다섯째날, 농민회 활동을 소개하며 마을단위에서 부녀회 결성의 의미공유. 문제의식유도. 여덟째날, 마을잔치.」 이상이 처음 수행하는 농활에 대한 청운의 꿈을 안고 농활수행지로 달려가던 부녀반장인 나의 계획 일체였다.

계획은 흠잡을데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첫날부터 뭔가 잘못되고 있었다.

모여 앉으신 아주머니들의 왁자함을 통제하기는 커녕 오가는 사투리의 절반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날부터 농활수행 기간인 일주일 동안, 거의 하나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계획을 끌어안고는 농촌의 객관적 현실(농번기 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피곤하다)과 농민들의 정서에 대한 교양없이 무작정 이곳으로 나를 내려보낸 선배들에 대한 배신감에 떨어야 했다.

계획대로라면 U R 논의를 마치고 부녀회 고민을 하고 있어야 되는데 아직도 스포츠 맛사지랑 사랑가 조차 전달된 기미가 안보인다.

모임은 깨어지기 일쑤고, 어쩌다 많이 모이면 왁짜지껄한 얘기판이 벌어지며 우린「구석떼기」들이 되어버린다……. 농민분들을 철저히 대상화하고 그들에 대한 이해 또한 결여한 상태에서 무대포로 계획을 밀어부치려던 90년 여름농활은 막대한 오류의 검증이라는 의의를 남기며 막이 내려졌다.

그 1년후, 다시 한 번 여성 농민반을 맡게 되면서 농촌활동과 분반활동에 대한 고민을 또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절대로 자의적으로 그분들을 해석하고 무리한ㅡ 아니, 비현실적인ㅡ계획에 두들겨 맞추는 식의 활동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본전제가 되었다.

실질적 프로그램의 수립이 과제였는데, 이번 여성농민반활동의 목표가「함께하는 생활의 유익함을 안다」는 것이었기에 자료집을 참고하여 또머리를 짜서「여성농민 미인선발대회(팔씨름 대회)」「자화상 그리기」「인생 5대뉴스 얘기하기」「싸리나무 꺾기」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또 모든 일정은 아주머니들과 철저히 의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물론, 이번에도 계획이 모두 수행된 것은 아니었지만, 바자회나 마을잔치등을 주체적으로 고민하도록 하고 작업계획수립을 매개로 분반모임을 어느 정도 정례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진일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분반활동을 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급함을 접고 보다 장기적 전망속에서의 당면 시기 활동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 마을도 모여 노는 즐거움을 알았으니 동계농활에서는 지점토나 등공예 같은 부업을 통한 생산활동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아참, 그전에 잊지말고 아주머니들께 약속드린 편지를 써야한다.

작은 약속부터 지키려는 노력이 다음 농활의 초석이 되므로. 이정아(법학과·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