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진 전대협의 정체」 붉은 띠를 두르고 복면까지 한채 번뜩이는 눈을 가진 남학생의 그림을 표지로 마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가 불법적인 비밀이적단체인 것처럼 다루고 있는 「월간조선」7월호의 기사제목이다.

6월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신문, 주간지들은 전대협에 대한 기획기사들을 다루기 시작했고 모두 비슷한 시각에서 전대협의 「비밀」을 벗기고 있다.

4월 26일 강경대군 사망 이후 5월내내 뛰어난 조직력을 보이면서부터 전대협은 어줍잖은 흥미거리로 등장했으며, 정총리 사건 이후 여러 매체들은 호기를 만난듯 전대협의 비판적 보도를 동시다발적으로 싣고 있는 것이다.

전대협의 조직력을 중점적으로 기술한 「주간조선」6월 2일자는 「전대협의장의 위상은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우상과 같은 존재다」「운동권 학생들이 가두시위하러 갈때는 혼자 가지 않는다.

……H대 상대 1학년 학생은 『틈을 봐 도망가고 싶어도 조끼리 감시하므로 어렵다』고 말했다」며 시위에 참가해본 학생이라면 누구나 경험상으로 부정할 수 있는 황당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전대협이 의장이라는 절대적 인물을 중심으로 한 광신적 학생운동집단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는 「여학생들이 의장의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려고 야단법석을 피우는 까닭은 무엇인가」라고 한 6월 20일자 「시사저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전대협에 대한 비교적 장시간에 걸친 취재와 자세한 분석을 시도한 「월간조선」7월호도 예외는 아니다.

전대협 주도의 시위와 지난 5월 31일(금)∼6월 1일(토)까지의 제 5기 전대협 출범식의 생생한 취재를 시작으로 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배후의 실세」,「북한의 사주」등을 언급하면서 전대협의 노선분열과 의문점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전대협 안에는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조직에 주체사상의 수령관을 받아들였다는 견해가 있어 왔다」라며 국민들의 민감한 반공의식을 자극함으로써 전대협을 다시 한번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대협은 각 대학의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 대표자들로 구성된 단체로 87년 6월 항쟁이 계기가 되어 전국 총학생회장들의 합의에 의해 건설되었다는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여러 매체들에서 주장하듯이 소수의 과격분자에 의해 조종되는 집단이 아닌, 대학내의 각종 문제와 대학이 발딛고 있는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단체인 것이다.

그런데도 각 언론들은 전대협의 일단면을 과장시킴으로써 사람들의 시야를 제한, 극심한 편견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전대협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배경의 설명 없이 사이비 종교집단을 다루듯한 비밀발굴식의 보도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한쪽으로 몰아갔고, 결국 지난 8일(월) 전대협 의장의 구속에 잇따른 전대협 간부들의 구속에 대한 일방적 정당성 마련에 기여했다.

민주화를 위한 노력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제도언론은 「공안당국은 전대협의 상층부는…… 북한의 사주를 받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월간조선」7월호)는 등 공안당국의 발표나 입장을 강력히 시사함으로써 객관성을 상실한 편향보도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는 것이다.

연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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