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105주년을 맞이하며」 이화공동체 성차별적 인습 철폐한 역사주체 장필화 여성학과 교수 I. 1886년. 이땅에 하나의 개벽이 있었다.

여자를 위한 학교, 「이화」가 문을 연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표현에 대해 혹자는 다소 과장되거나 자만에 찬 평가라고 일축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성학을 하는 필자는 세계 여성사와 여성운동사를 연구하면서, 또한 세계르ㅣ 여러학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러한 확신을 갖고 105주년을 맞는 이화 창립의 의미를 새럽게 다져본다.

어떤 사람들은 이화으 창립자가 미국인 선교사라는 점에 대해 무언가 떳떳치 못한 부끄러움 또는 수치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것은 일종으 민족주의적 감정일 수도 있고, 외국인 선교사들의 역할을 문화적 식민주의의 첨병으로 보는 비판의식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창립 105주년이라는 역사적 힘과, 더 이상 주체성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다시한번 이화 창립을 세계사적으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화는 세계최대의 여자대학교이다.

역사적으로도 세계최고의 여자대학에 비해 약 50년 밖에 늦지 않다.

서구에서도 여성교육의 시작은 여성인권 선언과 이의 제도적 구현을 위한 여성들의 오랜 투쟁의 결과로 19세기 후반에야 실현된 것이었다.

조선말기에 우리땅을 밟은 여자 선교사들 자신도 이제야 막 여성들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신념을 독자적으로 실천해 나가려는 자립을 결단하고 낯설은 땅에 용기있는 첫발을 내디딘 여성들이었다.

한편 아직도 남녀간의 내외법이 너무나 엄격하고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여자교육이란 새로운 일을 개척하고 앞당겨 준비하기 위해서는 당시 우리사회의 규범적한계를 벗어날 수 있었던 이방인의 존재가 필요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들은 여성교육을 이어나갈 이땅의 헌신적이고 지도력을 갖춘 여성들을 배출해내고는 더이상 간섭이나 보호자적 주장을 하지 않았다.

II. 전통적 학문의 남성중심 주의를 비판하고 새로운 여성 해방과 인간해방의 관점에서 학문의 체계를 세워나가려고 하는 여성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국내외의 많은 여성학자들과 접촉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화대학교가여성학과를 최초로 창설하고 여기에서 배출된 학자들이 현재 수십개 대학에서 여성학을 강의하고 있다.

한편 1984년에는 한국여성학회가 창설되어 활발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여성학 전공자들은 그즐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사회의 여러 연구기관과 매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방문하는 세계의 학자들과 또한 국제여성학회에서 접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이화의 여성학 발전에 대해 경이로움을 금치 못한다.

경재ㅔ적 수준이나 정치적 힘의 기준으로 가르는 선진국도 여성학 발전에서는 선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화대학교가 여성학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었을까? 이는 이화대학교가 여성교육을 백여년간 실천해 오는 과정에서 얻어진 경험과 성찰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여성교육은 교육장 내에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사회에서 교육 받은 여성들이 어떠한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아직도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는 여성역할의 제한성 속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그들의 교육을 제대로 환원할 수 없다면 이는 곧 여성교육의 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오랜 경험을 통하여 분명해진 문제의식이 전체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로 결집되고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 자극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인식은 현재의 성차별적 사회구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남녀공학에서는 제대로 키워지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III. 이화가 여성교육의 장을 연것은 분명 혁명적인 일이었다.

좁은 의미의 정치적인 혁명이 아니라 이제까지 차단됐던 교육의 기회, 그리고 그것을 발판으로 하여 사회의 맹목적이고 실질적인 주인노릇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에서의 폭넓은 혁명적인 일이다.

이화는 그혁명적 정신 때문에 빛을 발해오고 있다.

그것을 잃을때 이화의 여자대학으로서의 존재 의미는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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