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학우들 죽음, 껍데기 벗고 올바른 사고로 잔인한 달. 4월을 학우의 죽음으로 마감하였다.

얼마나 더 진달래가 핏빛으로 물들ㅇ어야 이 땅에 민주화가 실현되는 날이 올까? 연일 계속되는 학우들의 분신을 대할 때마다 숨이 탁탁 막힌다.

명치 끝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무엇이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일까? 우리들 어느 누구도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가 없는데도 죽음을 각오할 만큼 이들에게 절박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이 사회가 얼마나 썩어들어가고 있는가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민중들에게 공권력이란 미명하에 얼마든지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지배정권에 대한 분노일 것이다.

학우들의 죽음을 보면서, 이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무관심한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지배정권의 놀라운 의식화작업에 감탄하게 된다.

수십년 동안 자본주의의 합리화ㅡ이윤 창출이라는 명목 하에 남의 몫을 빼앗는 것이 정당화되어온 이 사회구조, 그리고 이것이 우리 의식까지 지배하는ㅡ에 길들여져온 우리 학우들의 모습 속에서 다시 한 번 인간성 말살을 느끼게 된다.

가족이기주의와 개인주의에 빠져들어, 우리 학우가 아무 죄없이ㅡ오직 죄를 죄라고 말할 자유를 달라고 했을 뿐인데ㅡ맞아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외면해버리는 최악의 사태를 이 썩은 사회는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여태껏 우리에게 주입되었던 지배이데올로기를 박차고 깨어나야 할 때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아직도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속에서 헤맨다면 우리는 또 하나의 이기적 권리를 창출하기 위해 대학에 남아있는 사람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더이상 우리는 침묵과 방관으로 학우들을 죽음으로 몰아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껍데기 속에서 깨어나올 때만이 우리의 학우를 죽음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껍데기가 간 4월을 내년에는 꼭 맞이할 수 있기 바란다.

황훈영 (정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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