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보다 관심으로 진솔한 대화를

백주의 살인테러가 있었다.

꽃다운 91학번 학우의 처참한 죽음이 있었고, 그 쇠파이프에 생사여탈의 절대권력을 부여한 노태우 정권에 대한 분노의 불꼿으로 타오른 세 학우의 분신이 있었다.

범국민 규탄대회에 이은 평화대행진에의 폭력탄압으로 우리 이화90학번 학우는 4미터 아래 콘크리트 바닥에 처박혀야 했다.

눈을 들어 바라보자. 이것은 우리의 엄연한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화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침에 신문을 읽을 때의 그 전율과 분노가 교정을 들어서는 순간, 그 평온함에 젖어버린다.

연일 대서특필되는 정보의 홍수와 그 속에 내재된 교묘한 이데올로기 공세로 인해 어느덧 「정세불감증」마저 생기게 된 것 같다.

살판난듯 떠들어대는 운동권 애들도, 매일 저녁 눈물을 짜는 최루가스도 지긋지긋하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더 냉철히 사고하고 우리의 고민을 막연한 분노에서 구체적 실천으로 가져와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첫걸음으로 활발하고 솔직한 논의의 장인 「과 토론회」를 시작해 보자. 우리 법학과에서는 강경대 학우의 피살에 대한 속보를 배포하고 30일부터 「정세토론회」를 필두로 하여 학번단위 토론회를 가져가고 있다.

이러한 토론의 총화를 위해 3일에는 「비상총회」를 상정하고 있다.

3학년에서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수학여행 일정속에서 리본달기와 약식 토론회를 갖자는 제기가 있었고, 4학년에서는 자발적인 토론회이후 강경대학우 장례기금모금을 했다.

이는 저학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서로의 견해를 나눔으로써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의 역할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이화인들은 이제 소수의 참여와 무관심, 노골적인 반감등의 한계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커다란 선언보다 작은 관심과 소박한 열정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이때, 과 학우들과 함께 진솔한 대화를 나누자. 진정 올바른 미래를 한걸음 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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