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1. 밑둥부터 흔들리는 민족문화 지키는 길 걸프전쟁 발발과 동시에 학교앞「보물찾기」진열장에는 군복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성조기까지 든 마네킹이 세워졌다.

이것을 보면서 많은 이화인들이 거부감 내지는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지난 여름 유행했던 옷차림의 하나로 손등을 덮은 긴팔 윗도리에 반바지, 군화같은 뭉툭한 검정 운동화가 있다.

이것은 일본에서 모르핀을 혈관주사로 맞는 사람들이 팔뚝에 난 주사자국을 감추기 위한 방편에서 발생한 유행이라 한다.

과연 그 유행의 이유를 알고 입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아니, 유행의 내력을 안다면 그것을 따라 입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것외에도 우리 생활 깊숙히 침투해 있는 독소적인 외래문화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임산부가 입덧을 하며 방부제에 절여진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쥬스를 먹고, 코쟁이 부동산업자가 이딴에 들어와 외국기업의 업무용토지를 사들이고, 완전 수입개방을 요구당하며 몸살을 앓고 있는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산물 수입자유화율은 85%, 먹거리 자급율은 35%라고 한다.

외국광고모델들이 안방극장에 버젓이 등장하고 있으며,「세븐일레븐」과 같은 외국유통회사들도 속속 한반도 남단에 상륙하고 있다.

우리는 분명 한국사람이다.

「신토불이」라는 말처럼 한국사람은 한국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 한국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 하눅ㄱ땅에서 나는 옷감으로 옷을 해입고, 우리나라말을 하면서 우리 고유의 문화를 발전시킨 토대위에 주변문화를 우리 실정에 맞게 과학적으로 접목시켜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히에 외제를 입고 먹고 쓰고 생활하게 되었을까. 2차세계대전이후 세계는 미·소를 중심으로 하여 양대진영으로 나뉘었으며, 많은 식민지국가들이 정치적으로 독립하였다.

이속에서 제 3세계의 민족해방의 고양으로 이전의 자본주의체계가 더이상 군사력에 의해서만은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이 정치, 군사적 지배의 대안으로 대두한 것이 경제블록을 통한 통제와 문화의 지배·장악인 것이다.

문화제국주의, 그것은 정신문화와 물질문화를 총동원하는 종합적 세뇌를 통하여 제 3세계를 미국의 자발적인 상품시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문화제국주의의 침탈에 의해 밑둥부터 흔들려가는 우리의 민족문화를 지켜내고 우리 민족의 건강성과 자긍심을 올바로 되찾기 위해서, 우리가 우리삶의 주인이기 위해서 민족의 장래를 밑바닥부터 올바로 구리는 노력을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로부터 제기되는 것이 바로 민족생활문화운동인 것이다.

고주연 (비서·4) 의견 2. 본질파악 못한 현상적 대응방법 갑자기 닥쳐온 봄의 느낌속에 이화 곳곳에 대나리, 진달래, 목련까지 흐드러지게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요즈음, 여기 저기서「두산불매운동」의 대자보와 홍보물이 눈에 띈다.

이번「페놀사건」으로 이화에서는 소위「생활문화운동」의 한 일환인「두산 불매운동」이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생활문화운동」을 보면서 우리는 페놀사건을 일개 기업의 부도덕성문제로만 인식, 우리의 시야를 축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페놀사건은 수서비리에서 보여졌듯이 현정권이 독점재벌과의 밀착된 관계속에서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민의 생존에 관계된 문제도 아량(?)으로 눈감아준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페놀사건은 현정권이 자본가를 위해서는 이땅의 4천만 민중은, 죽든말든 아랑곳없는 「자본가의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를 위한」정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이렇듯 페놀사건으로 외화되고 있는 두산제품 불매운동은 우리들의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반항일 수 있지만 페놀사건의 본질을 꿰뚫지 못한 채 현상만을 보고 성급한 처방전을 내놓은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두산제품을 사지도 먹지도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그럼 크라운 맥주로 타재벌의 제품을 애용하자는 말인지 궁금하다.

자신의 상품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문화조차 잠식하는 문화적 제국주의를 타격하기위해 생활문화운동이 제기되었다는 것은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제국주의의 문화침탈은 그것이 가능한 종속적 경제구조를 끊어내는 것부터 시작해야하며, 그것은 노동자의 착취없이 단하루도 지탱할 수 없는 이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는 것과 함께 진척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생활문화운동」의 유의미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페놀사태를 통한 두산제품 불매운동이 지금 시기에 타당한 실천인지 묻고 싶다.

이형아(사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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