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가 말라붙은 바가지에 상추를 씻어 올려놓은 것을 보고는 한바탕 웃어버렸답니다』라며 껄껄 웃는 마음씨 좋게 생긴 아저씨는 지난 21일(목) 미대 학생회가 마련한 「용원잔치」에 참가했던 양태욱씨(미대 수위실 근무)이다.

『16년동안 미대에서 근무하다보니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누구보다도 환하게 알죠. 그동안 학생들과 마찰도 많았지만 이렇게 즐겁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화기애애한 자리를 마련해 준 학생들의 성의가 고맙게 느껴졌습니다』라는 양씨의 말처럼 본교 대부분의 단대학생회가 일년에 한번 또는 한학기에 한번씩 수위 아저씨들과 청소원아주머니들의 수고를 위로하기 위해 「잔칫상」을 마련해왔다.

『다른 대학보다 실기작업 후 버리는 석고나 흙더미등 쓰레기가 많아 미대 청소가 여간 힘들지 않지만 학생들이 워낙 정이 많고 잘 따라주기 때문에 힘든 것도 잊어버릴 지경이랍니다』라고 말하며 『막걸리 한 잔을 놓고도 드시라고 손을 잡아끌 정도로 인정이 많지요』라며 양씨는 은근히 미대 학생들을 칭찬한다.

『밤 10시 소등시간이 지나도록 나가지 않고 작업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꾸지람을 하다가도 웃는 얼굴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곤 하죠. 오랜기간 미대에서 근무하다 보니 학생들과 이야기도 잘 통하게 되었고, 전시회 준비기간이면 밤늦도록 귀가도 잊은채 작업하느라 애쓰는 학생들을 보며 안쓰러워 하기도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려있는 듯하다.

『밤늦게까지 순찰을 돌아 몸도 피곤하지만, 석재같이 무거운 재료를 들고 끙끙대며 계단을 오르는 학생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답니다.

그렇지만 나이가 많은 분들이 대부분이라 간혹 마음에 그치고 마는 것이 가장 안타깝습니다』라고 양씨는 구수한 변명(?)을 덧붙인다.

신나등 인화성 물질을 사용하는 과가 있다보니 화재예방에 신경이 많이 쓰이게 되고 게다가 미대 건물이 낡고 좁아 공간이 부족해서 복도까지 나와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도 있다고 귀뜸해주는 양씨는 『하루빨리 그런 불편이 해결되어 학생들이 마음껏 재능을 발휘 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자상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이화에서의 16년 세월을 말해주는 듯 양씨의 눈가에 잡힌 잔주름마다 봄햇살마냥 따사로운 정이 느껴지는 자리였다.

이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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