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믿을 것인가
누구를 믿을 것인가
  • 이대학보
  • 승인 199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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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딱부리라는 별명을 듣던 나는 아주 겁장이였다.

커지면서 겁장이는 비겁자가되었고 마침내는 일종의 도피주의자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런 나는 지금도 제아무리 명화라도 무서운 장면은 보지 않는다.

눈을 감아 버린다.

때로는 귀도 막는다.

그러니까 나는 「아는게 힘이다」라는 식으로 살기 보다는 「모르는게 약이다」쪽으로 살고 있는 셈이다.

요새는 정말 신문도 T V도 안보고 살고싶다.

매일 터져나오는 새로운 소식에 접할때마다 인간의 본성 자체에 회의를 느끼게 되기때문이다.

늘 그래왔었는데 무얼 새삼스럽게 그러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늘 그래왔기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사람이 먹는 물에다 먹어선 안될 물질을 섞어넣는다는 것은 후세인이 독가스를 쓰느냐 화학전을 벌이느냐를 가지고 온 세계가 떠들석하던 한달전의 일을 무색케해준다.

멀리 중동에서 전쟁이 진행되는 바로 그때 우리나라 강물에는 독한 물질이 흘러들어가고 있었고 그것을 감독, 단혹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관리는 「이상없음」이란 보고서를 계속 써내고 있었다.

몇사람 구속했다해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것 쯤은 우리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누구를 믿을까. 공중목욕탕에간 어린아이가 탕속에서 『아 시원하다』하는 아버지말만 믿고 성큼 따라 글어갔다 너무 물이 뜨겁자 내 뱉는 아이의 말 『세상에 믿을놈 하나 없네』이것은 우리의 세태를 잘 풍자하는 한토말의 우스개이다.

정말 누구를 믿어야 할까. 그런데 기초의회에 입후보한 양반들은 앞을 다투며 『나를 믿어달라』고 외치고 있다.

당선시켜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겠노라고 약속하고 맹세하고 하늘을 보며 가슴을 친다.

그것은 많이 듣고보던 광경들이다.

국회의원 뽑을 때도 대통령을 뽑을때도 당선만 시켜주면 이것도하고 저것도 하겠노라고 약속했고 맹세했고 하늘을 보며 가슴을 쳤다.

야당도 그랬고 여당도 그랬었다.

어떻게 그리도 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숨어있었던가 할 정도로 해결못할일이 없는긋 사뭇 목청이 높다.

기초의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기초의회 의원이 할수 있는 일의 한계가 어느정도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조건 뽑아 주기만 하면 자기네 고장을 지상낙원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다.

『능력도 경력도 별로 없지만 당선이 되면 일을 배워가며 양심하나 믿고 조용히 봉사해 보겠다』정도의 겸손한말을 하는 후보는 별로 없는성싶다.

후보자중에는 전과자도 끼어있고 학력 경력등을 뻥튀기하거나 아예 변조한 사람도 있다는 보도이다.

그래도 아직은 별로 때묻지 않은 소박해 보이는 이들이 막상 정치판에 들어가 저 낙동강 물처럼 오염되어 버릴것을 생각하면 아찔해 진다.

외유 국회의원 뇌물사건, 수서사건, 이번 페놀사건등을 볼때 우리사회는 산과 강만 오염된것이 아니라 우선 사람의 마음이 독소에 병들어 버렸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런 사건에 관련된 인사들은 누구보다도 훌륭한 학벌과 경력에 그 재정적, 정치적 실력 또한 막강하고 사회적으로 출세하고 성공한 지도자들이다.

그분들은 입만 열면 도덕군자와 같은 지당한 말씀만 해왔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이 한몸 바쳐서」희생 봉사하겠노라고 약속하고 또 장담해 왔던 분들이다.

그런헤 흰솜 바지저고리에 수갑을 차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불쌍하기 짝이 없다.

기초의회에 나선 분들 중에는 이미 이런 저런 이유로 구속된 경우도 있고 자살한 사람까지 있다한다.

흙탕물속에 뛰어 들어가자마자 때묻거나 희생된 경우이다.

어떻게하면 이 거대한 흙탕물을 청소할수 있을런지 아예 안보고 안듣고 모른체하고 있을런지 참으로 난감하기만 하다.

여자들이 나서야할때가 온것이 아닌가싶다.

남성중심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이 모든것의 결과가 바로 우리사회를 이지경으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교대를 해서 여성중심으로 한번 정화운동을 해봐야할것 같다.

제헌국회 이래 제 13대까지 지역구와 전국구를 포함해서 여성국회의원수가 총40명에 불과했다한다.

이중 통일주체국민회의 선출을 포함하고도 여성의원은 전체 의원수의 2.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지역구 14명 입후보자가 모두 낙선하고 현재 6명 여성의원은 모두 전국구 의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여성들은 정치판에 끼어 주지도 않았고 또 끼어들려 하지도 않은채 고스란히 남성들에게만 맡겨두었다가 나라전체가 이모양이 되었다.

고웁한 여자들이 편안한 생활에만 연연하지 말고 빗자루들고 청소대열에 끼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까지 방관자 노릇만 할것이가. 오염된 사회를 정화하는 청소와 빨래솜씨(?)에 관한한 여성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