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칼럼 중국의 저력은 활기찬 젊은이 같은 문화권이고 역사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교류가 있는, 얼마전까지 우리에게 가장 먼 나라였던 중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중국사를 전공하는 필자에게는 설레이는 여행이었다.

1월 26일부터 2월 9일까지 북경에서의 국제학술회의와 고적답사를 겸한 이번 여행은 동양사학회의 10차 연구토론회를 북경대학 역사계와 공동으로 3일간 「한국에서의 중국사 연구성과」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중극측 교수들의 토론참여로 진행되었다.

발표는 시대별로 「진통치체계의 구조와 성격」(이성규-서울대), 「진한사의 통합적 연구와 막부체제」(김한규-서강대),「북위왕권과 호한체제」(박한재-서울대), 「명청시대 신사층 연구의제문제」(오금성-서울대),「근대중궁의 개혁과 혁명」(민두기-서울대),「20세기초 중국지식인의 이념적 분기와 실천문제」(이병주-영남대)등의 6편이었고, 북경대, 사회과학원, 중국인민대 학자들이 토론에 참여하였다.

특히 진의 토지제도, 신분질서, 군현제지배체제의 성격발표에 대해 가족제도 토지소유제 지방조직인 향에대한 해석에서는 활발한 토론이 전개되었지만, 주제에 따라서는 토론이 이데올로기의 제약으로 제한되고 수준이 낮았던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동양사 연구의 수준을 소개하였다는 점에서는 크게 기여한 편이고 그들 역시 감탄하였다.

학회 참석 못지 않게 우리를 들뜨게한 것은 전공교수끼리 북경과 여러지방을 답사 하면서 평상시 나누지 못했던 학담을 나눈 것이었다.

필자는 북경-제남-태산-곡무-남경-무석-소규-함규-상해 지역 답사에 참여했는데 이 지역은 산동으로부터 강소, 절강에 이르는 풍요로운 선진경제지역으로 강남은 일년 3모작이 가능하여 기차길을 따라 펼쳐지는 농촌의 풍경은 겨울인데도 푸르름에 그득했다.

먼저 인상적이었던 몇곳의 소개와, 전반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으로 끝맺으려 한다.

지난 여름의 만리장성, 명십삼릉, 고궁에 이어, 특히 감명받은 곳은 북경의 선무문 밖의 남당을 우연히 방문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남당은 16,17세기에 천주교가 중국에 전도되면서 동서 문화 교류사의 큰 역할을 했던 마테오릿치가 활동했던 성당이었고 그 후 청조가 중국에 들어오면서 병자호란 때 인질로 잡혀 갔던 소현세자가 섭정을 따라 북경에 와서 아담 샬을 만나 많은 한역 서학서와 물품등을 받았던 장소로 현재 건물은 19세기 말기의 작품이었다.

강남의 정원중 소주에 있는 졸정원은 16세기 어사였던 왕헌신이 고향에 칩거하기 위해 지은 중국 4대 정원의 하나로서 호수, 축산, 건축의 조화를 이루었고 「홍루몽」에 나오는 대관원의 모델이 되기도 하였고, 상해의 예원은 태평천국의 난때 소도회의 지휘부가 거쳐했던 16세기 후반의 반윤단이 부친을 위해 지은 관광 명소였다.

그리고 주옥이 떨어져 생긴 호수라는 항주의 서호는 서시 (월왕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바친 미녀)와 견주어 아침에도 좋고, 저녁에도 좋고, 비오는 날에도 또한 좋다라고 할 만한 정경이었는데 서호 10경의 하나인 호수속의 섬, 섬 속의 호수라고 하는 삼담인월(달 밝은 호수에 배를 띄우면 월광담에 비친 탑을 셋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 도처에 수많은 비림, 17세기 초 도덕의 부흥을 통해 명말의 뮈기를 타개하려고 했던 동림당의 근거지인 무석의 동림서원자리 등등 모든것이 꿈속에 다녀온 듯 머리가 띵하였다.

1950,60 년대의 우리나라를 연상시키는 중국에서 보이지 않는 힘과 질서가 과연 어떤 것인인가 생각해 보았는데 곡주에서 구정이전에 처벌한다는 죄수호송차량을 우연히 만났다.

이런 광경은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된다고 하는데 성명, 죄명, 처벌내용을 쓴 판을 목에 걸고 시민들에게 경계의 의미로 보여 준다고 하였다.

또 공원, 공공건물 앞 등 게시판에 붙은 각종의 처벌법규, 죄수에 관한 항목들을 보면서 12억 인구를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가에 관하여, 체제가 다른 중국 사회의 장단점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았다.

아시안 게임 이후 훨씬 활발해지고 개방적이 되었다고 느껴졌으며, 활기차고 의욕넘친 젊은이들의 학구열을 통해 곧 우리에게 새로운 위협이 다가옴을 느꼈다.

또 역사를 통해 이해하고 인식했던 중국으로 현재의 중국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 지 한동안 혼란한 머리 속을 정리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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