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기획전을 다녀와서

세계관은 현실 파악 척도라 느껴… 신춘 기획전을 다녀와서 얼마전 친구와 인사동을 갔었다.

여러전시회관을 돌아 다니며 그림들을 감상했다.

그곳에 있는 전시 장소는 거의 한곳도 빠짐없이 갔었다.

그러나 그림마당 「민」앞에 다다르자 친구는 나의 손을 잡아당기며 『야, 들어갈 볼필요없어』 전시의 제목이 보나마나 뻔하다는 것이었다.

조금은 안타까웠으나 다소 수긍하면서 그곳을 뒤로하였다.

나와 내 친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에 고정관념이 언젠가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식상하고 기량면에서도 형편없고 색상도 촌스럽다는 식으로…. 내가 위와같은 나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동향과 전망­바람받이」전에 다녀와서 지금까지의 고정관념 대부분을 깨부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는것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화랑들은 봄을 맞아 상당히 다양해진 현미술계를 바라보며 30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나아갈 방향을 진단하려는 기획전이 한창이다.

잔깐 소개하자면 「91년의 동향과 전망-바람받이전 (3월 9일∼19일·서울미술관), 「메시지와 미디어 - 90년대 미술예감」전(3월6일∼12일·관훈미술관), 「청년세대 91의 단면」전(3월6일∼19일·백송화랑)등이다.

내가 가본곳은 「동향과 전망-바람받이」전과 「청년세대 91년의 단면」전이다.

「청년세대 91년의 단면」전은 한국화와 서양화로 나뉘어서 「23인의 코스모스와 그 자유」라는 부재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전시에서는 본교 출신의 작가도 함께하고 있는데 「23인의 코스모스와 그자유」라는 부재가 말해주듯이 자신을 세계화하면서 개인적인 감정이나 고민을 바탕으로 표현하였다.

「동향과 전망-바람받이」전은 기존의 민중미술이라는 하나의 경향으로 묶이는 작품의전시전으로 대부분이 뛰어난기량으로 그려졌으며 현실을 기초로하여 사물을 사회적으로 파악하려고 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출품작가로는 김연진, 신지철, 오치균, 최민화, 최신욱, 김우선씨이며 작품수는 70여점에 이른다.

또한 이곳에서는 전시기간 중 부대행사로 3차례의 토의가 진행된다.

최진욱의 작품은 자신의 아뜨리에와 연희동의 주택가를 그렸는데 자신의 생활을 매우 감각적인 터치로 솔직하게 표현했으며 특히 신지철씨와 김우선씨 작품은 현실참여의 작품으로 김우선씨는 만화로써 한국의 사회적 정치적 현실들을 매우 담백하고 그러면서도 은유적으로 풍자, 고발하고 있다.

김우선씨의 작품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스테인드 글라스(?)와 거울에 울고있는 아이모습이었다.

그 아이는 왜 거울안에 갇혀 울고 있었을까(!) 하여튼 민중미술운동 진영에서 만화운동이 상당히 발전해있음을 알수있었다.

신지호씨 작품은 사실적인 작품으로써 무산계급의 입장에서 인간을 전체로 통하여 보려는 예술가의 창작태도가 엿보이는 작품들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내게 자극을 주었던 작품은 오치균씨의 작품들이었는데 벽면에 걸린 것으로서 어두운 터널이 시리즈처럼 있다가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이미지적으로 아니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뚜렷이 설명할수 없다.

이번 신춘기회적은 나에게 있어서 3가지를 일깨워 주었다.

세계관에 따라 현실은 정확하게 파악할수도 불투명해질수도 있다는 것과 발전을 기약할수 있음으로 희망차짐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이론적인 좋은그림과 나의 시작(감각)에서 좋은 그림이라는 것이 상당한 모순을 안고 있다는것. 잠자고 있는 나의 머리에 여러가지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함을 금할수가 없었다.

특히 그림을 그리고자하는 한 사람으로서…. 뚜렷한 나의 미적 관점이 없이 글을 쓰게된것에대해 부끄럽게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직접가서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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