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절반-기부금에서 결혼후 퇴직각서까지
하늘의 절반-기부금에서 결혼후 퇴직각서까지
  • 이대학보
  • 승인 199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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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교직 진출의 길은?
지난 졸업식 이후에 어느 고등학교 선배를 만나게 되었다.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를 묻다가 교사로 선배가 나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어떤 동질감을 느끼며 반가움이 더했다.

(나는 이번 교사임용고시에서 통과한 후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발령상태이다.

) 나는 국민학교 교사로 진출하지만, 교단에서 아이들을 책임진다는 교사라는 위치만으로 선배와 나는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얘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범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그 선배가 어떻게 교사로 나가게 되었는지를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립고등학교 교사로 들어가는데 엄청난 액수의 기부금과 결혼후에 퇴직한다는 포기각서를 썼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기부금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포기각서의 얘기는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선배의 말인즉, 거의 모든 사립학교에서 기부금과 각서를 요구하는데 자신도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다.

너무나 화가 나고 울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단 말인가! 개인 한 사람을 나무란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교육에 대한 열의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돈」에 묻혀버릴 수 있단 말인가! 왜 여성은 불평등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 모든 조건이 평등하게 주어져야 하는 학교에서조차 금권만능과 여성차별이 당연시되어 존재해야 하는 것인가! 이러한 많은 문제들은 분명히 문제원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로, 우리의 사회풍토와 연결되어진다.

정치권내에서조차 떠들썩한 비리사건이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이미 모든게 돈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금권만능주의의 절대적 지배하에 놓여져 버렸다.

교육은 사회풍토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올바르지 못한 사회풍토를 개조시키는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돈중심의 사회풍토가 교육문제에 깊숙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둘째로, 공개화·공식화 되고 있지 못한 교사임용통로의 문제이다.

교육부에서는 국·사립 차별임용 위헌판결 이후 교원공개임용고시제를 내놓았지만 이는 국·공립 초·중등학교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임용고시제에 대한 여타의 논의는 제외하기로 하겠다) 그러므로 사립학교는 교육부의 통제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임용통로를 갖게 된다.

각 학교는 인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신규교사채용과 학교내의 인사이동을 담당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인사위원회 임원의 선출방식과 인사위원회의 활동내용을 뚜렷하게 명시하고 있지 않아 각 학교마다 인사위원회의 차별성이 심하고 특히 사립학교는 재단비리의 온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학원의 자율성이라는 명목하에 인사위원회에서 신규교사채용을 담당할 것이 아니라, 국·공립학교로 사범대생들이 진출하는 통로처럼 각 사립학교에도 사범대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임용통로가 제시되어져야 한다.

셋째, 여성의 성적차별이다.

성적차별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취업에 있어서 여성은 엄청난 성적차별을 받고 있다.

대기업들조차 여성채용을 기피하고 있으며 여성을 채용하더라도 호봉이나 승진의 기회에서 여성은 차별받고 있다.

또한 사립학교들의 교사공개채용에서조차 자격을 군필자로 제한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동등하게 교사로 나아갈 길을 제한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검은 뒷거래의 기부금과 결혼시의 포기각서 등으로 여성의 교사진출은 은밀한 거래로 자리잡힐 수 밖에 없다.

이번 교원 공개임용고시에서 합격자의 70%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사립학교의 공식화되지 못한 임용통로가 국·공립 교사임용으로 여성이 몰리게 되는 이유가 된다.

지금까지 여성으로서 교사로 진출할 경우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는데, 그럼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러 방도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어떠한 문제도 꼭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행동, 그리고 사회구조적 문제로 파악하는 시각의 확대이다.

이는 일반적인 사회진출뿐만 아니라 교사로 나아가는 것에도 또한 요구되어 진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글, 이론, 사상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실천이다.

지금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모순을 때뜨릴 시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