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사색 ·행동가로 고민하련다 김병향 (경영학과 1) 간절히도 붙잡아 두고 싶고 그렇게 쉽사리 가버릴 것 같지가 않던 시간들도 냉정히 뒤돌아서서 가버리고, 또한 나에게 다가올 것 같지가 않던 날들도 오늘이라는 현실이 되어 맞이해가며 보낸 나날들. 대입을 끝내고 난 후 2개월 남짓의 빈 공간을 건너뛰고 이제사 바라보니, 꽤나 나이먹어버린 인간이 지난 날을 회고하는 짓거리 같아 어색하기 그지없다.

90년 12월 어느날이었던가. 그 무시무시한(?) 인파를 헤치고 대입이라는 걸 보기위해 들어가던 날 - 마지막 종이 울림과 동시에 옷에 먼지를 툴툴 털어내고는 가방을 짊어졌다.

그 복도를 걸어나오면서의 기분이란!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과 시원하다는 마음보다는 그 날 하루가 한 순간 같아보여 얼마나 허무하였던지. 자신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싱글벙글 웃으며 하늘을 한번 쳐다볼수 있었던 나의 여유는 처음으로 느껴본 허무감 때문이 아니었나싶다.

지난해동안 항상 현실에 충실하자고 그래야만 미래가 있을거라 여기며 나태해지려는 나를 일으켜 세우려 했었다.

그러나 이제서야말로 그 현실이란게 바로 내가 대학에서 겪어너가는 그런 실제적인 현실이 아닌가 싶다.

매체를 통해 대학생들의 행동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대학생이 해결하고 반성해야할 일들이 많다고 느낌과 동시에 내 마음 한편에 대학이란 존재에 대해 다소의 암울함이 자리잡기도 했었다.

그러던 내가 대학생이 되고보니 마치 자격 미달인 인간처럼 새삼 아는게 아무것도 없음이 한탄스럽고 또 거기다다 무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게 된다.

단 일주일을 보내본 대학의 생활이지만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모든것을 내 스스로가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고교 시절처럼 정하여진 시간표와 교과서, 아침저녁에 들어오시는 선생님의 조례, 종례면 하루일과가 충분하던 때와는 확연히 달리 어느누가 내게와서 어디로 가고 무얼하라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는 곳마다 붙여져있는 대자보·소자보는 스스로 판단하여 섭렵하고 가야할 곳을 가도록 만들었다.

이런 거리감, 낯설음, 자율등의 여러가지 것보다 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쉽게 얼굴을 볼 수 없는 여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스무살이 다된 어른이지만 여전히, 아직까지도 마음만은 어머니, 아버지가 필요한 어린아이인가보다.

며칠전 매우 기쁘게도 받아보았던 제주에서 아버님이 보내주신 글에 「봄이 되니 꽃이 피는게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로다」라는 어느 스님의 말씀이 들어있어ㅆ다.

우리는 흔히 봄이되니 꽃이 피는것으로 알고 있다.

봄이 되어서야 꽃이 핀다는 것은 어찌보면 소극적 표현이며, 또한 소극적 삶의 자세다.

그러나 때가 되어 꽃이 피기 보다는 스스로 꽃을 피웠으니 곧 봄이로다 하는 적극적 표현과 적극적 삶이 보다 필요하다고 당부하셨다.

대학에서의 삶은 나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며 아버님의 말씀처럼 스스로 꽃을 피워 봄임을 느끼는 적극적인 사색가와 행동가가 되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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