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을 맞이하는 이대학보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1945년 창간부터 이대학보는 사명감을 가지고 민족의 긍지를 높이는데 많은 기여를 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시절 정치·사회적 역경속에서 언론은 철저히 탄압되었고 신문은 그야말로 볼 게 없었다.

오로지 대학신문만이 그나마 신문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객관적 보도와 비판기능을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고통이 따르는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학신문 기자들의 긍지는 대단한 것이었다.

따라서 일반신문의 천편일률적인 보도에 식상한 일반 독자들의 많은 수가 대학신문의 종보를 기대하곤 했다.

그동안의 신문 수난의 역사를 볼 때 학보의 급진적 성향과 논조를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각종 언론, 출판의 자유가 허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볼 때 지금의 학보는 한단계 도약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도처에서 외래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각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다.

동시에 민족문화의 발전을 위한 노력 또한 값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들을 지지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주도하는 것은 대학신문의 당연한 사명이 될 것이다.

또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업이 민족통일임을 인정한다면 대학신문이 이에 대하여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이와 같은 것들이 지나치게 크고 과격한 어휘와 문구들로 표현되고 지면이 온통 구호나 선전문구로 채워진다면 학보는 정치적 선전물이나 팜플렛의 수준으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정치구호와 같은 표제들, 혁명적 투쟁을 위한 그림이나 사진들로 가득했던 지난 몇해 동안의 학보는 우리를 종종 슬프게 했다.

단조로운 내용을 목소리 높여 떠들어 대는 학보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와 냉철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대학 안팎을 바라보는 학보가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역사적 사회적 사명감에 부응하는 노력과 함께 이대학보는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학문풍토의 조성을 위해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내 그리고 나라 안과 밖의 학술활동의 동향을 알리고 그 내용들을 소개함에 부족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자주적 학회활동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면서 학문의 열기를 돋구는 역할을 학보에 바라고 싶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지면도 대단히 중요하다.

현대의 상업적 향락적 문화를 비판하면서 적극적인 문화 예술 활동의 전개를 통해 건전한 대학문화의 건설을 위해 애써야 한다.

이대학보는 다양한 문화, 예술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면서 이화인의 참신한 대학문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

그 외에도 정확한 정보의 전달과 대학문화의 상호교류 등 학보의 모든 기능을 다 수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구석구석의 작은 목소리들에도 귀를 기울이는 신문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이대학보는 이화인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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