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매몰보다 제도적장치 마련 시급

올 봄에는 온 국민이 학수고대하던 지방자치제(이하 지자제)가 드디어 실시된다고 하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지난 30년간 지역발전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중앙에서 결정되어 일방적으로 시행되던 제도에서 벗어나 의사결정이 아래에서부터 성립되어 위로 반영되는 지자제의 부활은 우리나라에 진정한 민주사회를 정착시키게 하는 것이다.

지자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각종 지역단위의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지방의회와 정부를 구성하여 지역생활환경 조성에 그들의 풀뿌리 민주주의 제도의 실천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자제를 통한 분권화는 현 정치제도의 변화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에 걸쳐 상당한 변혁을 가져오게 된다.

여지껏 대도시, 또는 중앙의 주요인사들이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지역 위주로 전개되어온 개발방식과 총량적 지표에 촛점을 둔 성장위주의 개발방식으로 인해 발전의 혜택이 지역적으로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였다.

약 20년전부터 국가경제 개발계획에 지역간 균형발전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기는 했으나 중앙정부의 정책적 의지의 결여로 도농간, 영호남간, 대도시와 지방도시간의 격차는 악화되거나, 완화의 기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제하에서는 지역발전 정책을 수립하는데에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자발적으로 추진해 나감으로써 지역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지자제의 가장 두드러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지자제가 지역간 불균형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지방정부가 각 지역 특수성에 맞는 개발전략을 채택할 수 있게되어 더 이상 사회자원들이 대도시나 특정 지역으로만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방마다 개별적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상하수도, 전력, 지방도로, 통신망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을 지역 곳곳마다 전개해 나갈 것이다.

또한 기조단체마다 주민들이 원하는 공공써비스를 제공하고 쓰레기, 공해, 사회복지문제에 관해 주민들의 의견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더 이상 안면도와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발전대책을 세워 중앙에 의해 지역생활환경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하여 골고루 발전해 나간다면 지역간 불균형은 점차 감소될 것이다.

그러나 시작이 같지 않은 상황에서는 각 지방정부가 위와 같은 사업을 추진해 나갈 능력이 다르고 또한 그 결과도 달리 나타나, 오히려 지역격차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특히 경제력의 집중이 권력의 집중을 반영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광역단체만 보아도 지역경제력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최근의 몇가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공업활동의 약 85%가 수도권과 동남권에 집중되어 있고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98%인 반면 도정부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32%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출발이 너무도 다른 상태에서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지역발전을 추진하게 된다면 산업들은 이미 경제기반이 튼튼한 지역으로 자연히 계속 입주할 것이며 지방재원이 넉넉한 지자체는 세제감면 혜택의 수단으로 유망산업들을 더욱더 유인할 수 있게된다.

인력자원 또한 경제력이 강한 지역으로 몰려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촉진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의 지역간 경제력, 재정력의 격차가 지역불균형의 악순환을 야기시킬 것에 대비하여 지방정부의 재원편재를 완화시키는 대책이 지자제 준비작업의 하나로 절실히 요구되는 바이다.

그 대책의 하나로는 중앙정부가 국세의 일부를 지방정부에 배분하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과 같은 지방재정조정제도를 강화하는 방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 법규에 내국세의 13.27%로 정해져 있는 지방교부세액을 늘리고 배분방식을 조정하여 세원이 빈약한 지자체의 재원확보를 더욱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도입된 지방양여세제도는 지방세성격의 국세(전화세, 주세, 토지초과이득세)의 일부를 지방의 교육 및 도로사업에 사용토록 지방정부에 양여하는 것이다.

올해 지방양여세 예산은 약 1조 9천억원으로 전지방정부의 자체세입의 35%를 지방사업지출에 더 늘려주는 셈이나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약 63%인 상황에서는 양여세 규모 또한 점차적으로 증가시키고 배분방식도 지자체간의 불균형 완화를 목표로 해야할 것이다.

이와 같이 지자제를 시도하는 현 단계에서는 지역불균형의 악화를 방지하고 지역간형평을 도모하는 제도가 확고히 마련되어야 한다.

지방간 재원편재를 완화시키는 방침을 세우고 지자체간의 협조를 보장하는 제도를 구안하는 작업에는 아직도 많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물론 그외에 지자체의 행정기능 개선과 주민참여제도화에 대한 방침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하는 상태이다.

지난 수년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되어온 지자제실시 준비작업은 각계 인사들의 토론과 정당간의 치열한 논쟁끝에 어느정도 합의를 보아 작년 12월 15일에 지방자치관련 3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올봄에는 지방의회 의원선거가 치뤄지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에서는 지자제관련 법안에 대해 주로 선거문제에만 치중하고 국민들에게도 지방선거문제만 확대보도되어 지자체가 어떤 업무를 어느만큼의 권한으로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거론되지 못한 실정이다.

지자체의 권한과 관할의 범위, 주민참여의 제도화, 지방정부의 재원확보방안 등 지자체의 구체적인 운영방식에 대한 논의는 너무도 미비한 상태이다.

일단 지방의원들만 뽑아놓고 볼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인지 각 지자체가 알아서 운영방식을 세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인지 선거외의 중요한 문제들은 국회나 정부에서는 관심밖의 일이고 논쟁의 대상도 되지 못한 것이다.

아이러닉하게도 지자제에 대한 안이 지방단체들의 관여가 배제된 상태에서 중앙집권자들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만 구성되었다고 지자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것도 아니며 새로운 제도의 전체적인 틀에 대한 지침은 앞으로도 많은 토론을 거쳐 마련되어야 할 것이므로 진정한 지자제의 실시는 아직도 몇년이 지나야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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