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새해의 1월 어느날, 신문 한쪽 귀퉁이에서 경악할만한 기사를 발견했다.

[평화방송 노조파업에 공권력 투입], 그것도 조덕현 사장신부를 비롯한 경영진의 요청으로. [이럴수가]하는 순진한 신자의 놀라움에서 평화방송사태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천주교 자주신앙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모인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평화방송국도 아닌 프레스센터안의 언노력 사무실에서 파업중인 여러분을 만나면서 대충이나마 평화방송사태의 본질을 알 수 있었다.

경영진의 공종보도에 대한 제재, 보도 프로그램의 축소, 부당한 인사, 그로 인해 일어난 파업과 노조측의 대화요청에 대한 거부. 이런 일련의 모습이 순수선교방송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자행되었고, 끝내는 가공할만한 공권력투입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조덕현 사장은 그래도 신부님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우리의 궁금증에 대해 우리는 크게 두가지 해답을 얻었다.

첫째, 이번 사태는 87년 6월 이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카톨릭 내의 보수화 바람의 여파이며 둘째, 지난해 KBS사태와 같은 맥락에서 파악되는 6공화국의 언론장악 음모의 일부라는 것이다.

평화방송은 이땅의 참평화와 정의를 위해 용기있게 진실을 밝히기를 바라는 가톨릭 신자들의 성금을 모아 개국한 엄연한 종합방송이다.

나는 작년 부활절 개국첫방송을 들으면서 예수님이 그랬던 것처럼 교회가 업악당하는 이들을 위해 억압자를 향해 정의를 외치기를 기대했던 기억이 난다.

언제부터 교회는 정의를 외치는 이들로부터, 배고프고 고통당하는 민중으로부터 고개 돌린 채 가진자들 판에서 그들과 손잡은 채 걸어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더이상 그렇게 되지는 못할 것이다.

이 땅에는 척박한 팔레스틴의 목수의 아들 예수를 닮으려는 조성만 열사들이 계속 부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방송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방송정상화를 위해 조덕현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퇴진과 구속노동자의 석방, 부당징계철회가 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회의 민주화와 사회의 민주화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평화방송노조가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안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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