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과학하는 마음, 과학하는 자세
과학에세이-과학하는 마음, 과학하는 자세
  • 이대학보
  • 승인 1990.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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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적 판단·가설에 집착말아야
현 시대를 흔히 과학기술의 시대라 부른다.

이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과 이의 산물인 기술이 우리의 의·식·주와 같은 물질적 생활에는 물론 정신적 생활에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에서 연유된 것으로 여겨진다.

과학의 방법론과 과학적 사고는 이의 주된 대상인 「자연과학」의 연구 뿐만 아니라 인문 및 사회계열의 학문연구에도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는 대학의 많은 단과 대학 명칭의 접미어로 「과학대학」이 빈번히 사용되는 것으로 증명된다.

과학은 인간의 이성에 기반을 둔 「확고한」지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과학적 지식은 객관적 방법에 의해 확인되고 증명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과학은 같은 인간의 이성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아직도 확인이 가능하지 않은 것을 대상으로 하는 철학과 구분되며, 이성보다는 권위와 믿음에 호소하는 종교와 구분된다.

과학은, 좁게 말하여 자연과학은 자연계의 진리와 법칙을 다룬다.

과학적 지식은 궁극적인 참진리나 불변의 법칙 그 자체는 아니다.

단지 아직까지는 다수의 사람들이 참이라고 믿고 있으며 틀리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은 현재의 과학적 지식이 모순됨을 발견하고 보다 참진리에 가까운 새로운 지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거나, 현재의 지식이 참진리라는 것에 대한 증거를 찾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학생들에게 연구(Research)를 다시 찾아봄(Re+Search)으로 설명하곤 한다.

현재의 과학적 지식을 궁극적인 자연계에 대한 참진리나 불변의 법칙으로 간주하는 것에서는 과학은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며, 과학자는 탐구해야할 대상을 상실하게 된다.

왜냐면 지금까지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우리가 접하고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연구 대상에 대해 자신들이 진리라고 믿는 어떤 내용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 나라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창의적의고 독창적인 과학 연구에는 큰 업적을 내지 못함을 개탄한다.

이들은 고등학교까지의 획일화된 교육-좀 과장하면, 문제가 요구하는 정답을 고르는 기술을 연마하는 교육-의 탓으로 돌린다.

교과서의 내용이 참이라고 믿도록 교육받아온 많은 과학도는 최신 전문서적이나 학술지에서 연구자가 피력하는 『××로 설명된다』,『××라고 여겨진다』또는 『××로 간주된다』는 등의 개인적 견해를 모두 『××이다』는 단정적 결론으로 확대해석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획일화된 교육, 상상력, 판단력 그리고 비판력을 깎아내리는 교육은 대학사회에서도 존재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의 메커니즘을 적으라』라는 문제보다는 『××현상에 대해 제시된 메커니즘을 말하고 이 메커니즘이 타당(옳다는 것은 아님)하다는 실험적 증거를 말하고 (가능하다면 추가적으로) 메커니즘의 타당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방법을 제안하라』는 유형의 문제에 대해 공부하기를 권장한다.

자연과학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 연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많은 학생에게서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은 공부하는 것이며, 실험실에 서서 실험하는 것은 「노동」이라고 여기는 인상을 받는다.

우리는 한 실험실에서 20~30명의 학생의 동일한 실험서와 시약, 그리고 실험 기구를 갖고 실험하는 경우에도 실험 결과는 크게 상이하게 나옴을 알고 있다.

실험의 기술(예술)이 필요하고, 옳은 결과를 내겠다는 정성과 집념이 요구되며, 실험 결과를 읽고 해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들은 교과서를 통해서는 얻어지기 어려우며, 실험을 통해 습득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실이나 산업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교과서의 내용은 고작 상식에 불과하다.

많은 습작과 사고, 그리고 고뇌와 체험을 통해 훌륭한 작가가 되듯이 과학자도 많은 실험과 실험 결과 해석을 위한 번민, 그리고 새로운 실험의 고안과 수행을 통해 보다 훌륭한 과학자가 된다.

교과서의 내용을 맹목적으로 믿고 암기하는 것은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독단적인 판단이나 가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도 좋지 않다.

과학자는 자신의 가설이나 지식이 연구 결과와 상반될 때는 과감히 자신의 것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어떤 선입감을 갖고 자신의 이념적 확신이나 종교적 믿음을 증명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와 같은 비록 과학과 그 방법 및 내용이 비슷하기는 하나, 결코 과학적인 것은 아니다.

과학은 객간적이어야 하며, 확고한 지식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수행에는 가끔 값비싼 기기가 소요되고, 많은 경비가 든다.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경비를 정부나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의 예산에서 구한다.

따라서 과학자는 연구비를 제공하는 측에 대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이는 과학연구의 결과가 기술로 연결되어 직접적인 생산활동이나 국민의 복지향상에 기여하는 형태로 행해진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의 연구대상과 연구결과에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응용성이 내포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종종 언급되는 「순수과학」은 존재하기 어려우며, 과학은 실질적 응용의 기초가 되는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에 주안점을 둔 「응용과학」으로 구분된다.

많은 최근의 첨단 연구에는 정교하고 정밀한 고가의 연구기기와 연구시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연구 기기나 시설의 부족을 연구를 하지 않는 핑계로 삼아서는 안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어떤 특정분야의 지식이 부족되거나 특정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핑계로 과학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과학을 하는데는 강한 탐구의욕과 추진력, 그리고 어느 정도의 과학에 대한 상식만 있으면 된다.

과학 분야는 대단히 넓고 다양하여, 어떤 사람도 이중의 한몫을 차지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쪽이 있다.

대졸자의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과학분야의 인력의 부족을 강조하는 정부의 통계나 신문기사는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니다.

이는 과학자의 참된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춘 과학도가 많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