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대응 딛고 침체국면 벗어나야

아침부터 학교분위기가 스산했다.

정문 수위실에서는 여느 때와는 달리 아침일찍부터 경찰들이 굳은 표정으로 부산스럽게 오고 갔다.

학생관 안에 들어와보니 한 친구가「교육주체결의대회」가 우리학교에서 열린다는 말을 했다.

순간 놀람과 흥분감을 느꼈다.

생전 우리학교에서는 연대집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놀람에 젖어있기도 잠시, 정신없이 행사에 쓸 마이크와 앰프를 옮겼다.

이미 오늘 행사의 내용이 경찰들에게 알려졌는지 선생님들이 3백여명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교문을 닫고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합법적 집회내용임에도 불구하고「참교육」의 기치를 건 교육주체들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경찰이 잠입해 들어올 것을 애초부터 예상할 수 있었다.

아니, 침체되어가는 민중운동에 대해 자신있게「전쟁선포」를 한 이후 학원침탈을 식은 죽 먹기로 여기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학내 침탈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역량상의 대응 또한 정문과 후문을 지켜내는 것보다 후퇴로를 안내하는 것으로 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다.

11시30분쯤 되었을까? 후문과 정문에서 무차별적으로 침탈하기 시작했고 순간, 학교는 욕지거리와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학우들은 울면서 연행되어가는 선생님들을 막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일요일날의 상황은 여러가지 측면으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다.

일요일의 상황은「선거와 투쟁을 하나로」라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한달 전부터 준비되어 왔다면「교육주체결의대회」를 아무런 준비없이 맞았던 것이다.

「침체」를 거듭 외치기만 하면서 밀려오는 공권력의 폭압적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고립적으로 끌어오르는 학우들의 분노를 조직화해 내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우리의 대응이 학생회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4천만민중을 더욱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게 하는 게 아닐까?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의 모든 삶을 위한 몸부림은 이를 가로막는 것에 대한 변혁을 지향해야 함을 요구하고있다.

우리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는 학생회는 투쟁으로 건설되었고 투쟁 속에서만이 학우들의 이해와 요구는 지켜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요새와 같은「전쟁」중에는 더욱 더… 황우영(교공·3)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