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온 편지
◇구치소에서 온 편지
  • 이대학보
  • 승인 199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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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글은 임수경양 선고공판후 법정소란죄로 구속되어 징역 8월, 벌금 20만원을 선고받고 성동구치소에 수감중인 송록희양(기독·4)이 지난 8월 28일(화) 후배에게 그간의 심경을 전해온 것이다.

이에 개인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이 글을 싣는다.

<편집자> 설레이는 마음으로, 법정을 항해 달려가는 호송차 안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온 몸을 감싸고 있는 이 회색 수의와 수인만이 신을 수 있는(?) 이 고무신, 그리고 무심하게 채워지는 수갑과 포승줄에 싸여 그 으리으리한 법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난 벌써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렇지도 않게 무표정한 얼굴로 읽혀져 내려가는 나에 대한 선고문을 들으면서 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 인간의 삶을 더 이상의 여지도 재고도 없이 냉혹하게 아니, 철저하고 냉철하게 또박또박 선고해 나가는 저들의 유죄판결 앞에서 난 오히려 감사하고 기뻤다.

비록 지금은 이 땅이 나를 「죄인」이라 규정할 수 밖에 없지만 언젠가 반드시 역사가 나를 무죄로 선언하리라 믿기에… 돌아오는 길, 차안에서도 끝내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사람들의 그 「자유」가 부럽지도 않았다.

썩어가는 상처, 그 속에서 계속되는 한 부스러기로 죽어지는 자유는, 「참자유」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이제 내게 남은 건 진실되게 조국을 사랑하고자 하는 이 마음 이것밖에는 없다.

정말 겸손한 마음과 소박한 자세로 배우자. 비록 아직도 부족하고 아직도 모순투성이고, 아직도 더 깨져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은 우리들이지만 항상 주위 동료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내가 서있는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너와 내가 되도록 하자구나. 작년에 실형선고를 받고 와서 잘 자고 일어난 옆방 친구의 탱탱 부은 눈을 보면서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세번의 구속을 통해 내가 겪었던 기소유예·집행유예·실형선고! 결코 생에 대한 실험이 될 수 없는, 이 땅을 사랑하며 살아나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 필연의 과정들을, 이제 하나님과 역사앞에 바친 나의 이 삶을 결코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끝까지 끝까지 사랑하도록 하겠다.

이제 지금부터의 삶을-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생활들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지만 - 최선을 다해 열심히, 힘내면서 살아가리라. 사랑할 수 있는 조국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비록 자위할 수는 없지만, 참정의가 승리하길 소망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은 항상 기뻐야 하겠지. 그래 언젠가 네게 말했듯이 더욱 강한 역설로 웃으면서 아픔을 위로하고 힘주는 그런 내가 될란다.

손 맞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마저 용납되지 않는 이 땅의 상처를 치유할 사람은 너와 나, 우리들밖엔 없다.

이화밖엔 없다.

같은 장소에서 함께 하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하나된 하늘 아래, 하나 되어야 하는 조국의 땅 위에 이렇게 당당히 서있음을 잊지 말자. 우리가 하나이듯이 우리의 조국도 하나가 되어야 할텐데…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신뢰하면서 나아가는 우리들의 삶은 이렇게 매일매일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거다.

재판받던 날, 애국의 한길로-록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