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을 보고

시청자들은 예민하다.

사회제반현상에 편승하여 사겅늘 다루어 왔던 일반 보도물들의 일회적이고 단면적인 접근을 벗어나 문제성 사실소재를 비판적 시각으로 다루고 있는 프로를 선호하고 있는 것에서 그것은 쉽게 확인된다.

또, 그 사실은 「PD수첩」의 경우 밤11시에 방영됨에도 불구, 53~67%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더욱 확고해지는듯하다.

이제까지 10회를 방영한 「PD수첩」은 피코노동자의 미국투쟁, 전세입자들의 죽음, 광주10주년을 그린 「1990년 5월의 광주」, 지피족들의 이야기, 일본문화의 침입상황, 기생관광, 전교조 농활에 관한것등 대부분의 소재가 현실에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문제들로, 시청자들의 시각을 사회문제로 돌려놓았다.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고발성 프로에서 한층 심화된 시각으로 다양하게 문제를 접근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PD수첩」은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아직도 낯선 노동자 소재등을 무리없이 진행시켜 나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프로라 할수 있겠다.

내용면에서도 여러사람들의 입을 통해 한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말하려는 노력으로, 프로의 사회성과 객관성을 높여왔다.

그러나 이 프로 역시 회를 거듭하면서 미흡한 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광주항쟁 10주년을 다룬 「1990냔 5월의 광주」의 경우, 이 방송은 광주민주항쟁에 대하여 그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을 헤치지 못하고, 단지 10년이 지난 광주의 모습을 표면적으로 이해하였기 때문에 내용없이 소재주의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논쟁적 사건에 대해 깊이 있는 원인분석 없이 어수선한 광주의 모습을 보여주는 구성에서 제작진들의 문제제기 의도에 의문을 갖게 된다.

또, 「세종대 사태」의 경우 결말에서 『이 싸움의 피해자는 배울권리를 포기한 학생』이라고 끝을 맺고 있는데, 학생들이 결코 배울 권리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바른 배울 권리를 찾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PD수첩」은 그 근본원인인 재단비리를 철저히 파헤치지 않고 학생들의 시위 모습과 사건 나열식 전개, 이중화총장의 변론(?)을 갱하게 내세워 그 본질적 문제 원인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초기에는 시기성 있는 사실보도부터 심층적 접근을 기했던「PD수첩」은 매회 계속 방영되면서 사건나열식전개로 지루한 면과 표피적 문제제기로 끝나고 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 사회성 강한 소재에 비해 뚜렷한 결말과 심도있는 원인분석이 부족해 내용이 소재에 대한 기대를 못따라가는 점과 제도권 내에서 만들어지는 방송으로 이제까지 다룬 사건이 근본적으로 사회·계급모순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그곳에까지 내용통찰을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기존프로그램의 문제접근 시각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PD수첩」이 앞으로 이시대의 부조리에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입으로 풀어나갈수 있을때 「PD수첩」은 PD들만의 수첩이 아니라 소외받는 이들의 진솔한 삶의 표현의 장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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