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지 「이화45」집을 읽고

이화인의 글로, 이화인이 만든, 이화인의 교지, 이러한 원칙과 사명감으로 교지 스스로의 진정한 혁신을 선언하였던 44집 이후 초여름에 싱싱게 빛나는 이화교정에서 만나게된 45집은 우선 반가웠다.

그러나 찬찬히 교지를 펴들고 내용을 접했을때 떨칠수 없는 느낌은 우리 이화인의 일상에서의 작은 몸짓, 재잘거림, 그리고 아픔등을 깨끗한 한폭의 수채화처럼, 그저 하나의 작고 소박한 소품같은 인상으로 채워놓았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왠지 완결된 45집이라는 생각보다는 46집을 내놓기 전에 한 단편으로서의 45집이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느낌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자 하나 그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화인이 발딛고 있는 현실의 치열한 삶과 전체 변혁운동에서의 이화인의 역할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45집의 책머리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다.

『이화인의 일상생활 문화속에서, 건전한 사상을 잡아내고 제시하고자 하는 지난한 고민이 편집위원들 사이에 이루어졌음을 고백하면서, 던져짐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 진정 아름다운 세상을 앞당기는 이화인의 무기가 되고자 합니다.

』 분명 45집의 교지는 이화인과 좀더 친밀해지고 만오천이 참여하는 장이되기 위한 노력이 책 여기저기에 진실하게 엿보이고 있다.

예를들면 편집실 기획으로 꾸며진 「퀴즈아카데미에서 사랑이 꽃피는 나무」의 경우에는 각종매체를 통하여 탈사회적, 비역사적, 개인주의적 대학생상을 아주 교묘히 지극히 추상적이고 감상적인 대학인의 고뇌와 방황, 우정과 낭만, 젊음의 패기와 관념적 정의로 각색하여 주입시키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하나의 구체적인 폭로라는 점에서 신선함과 더불어 실천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생각한다」를 통해 이화인의 생활의 단면들에 대한 이화인의 자기주장을 싣고자 한것은 44점에서 처음 기획된 이후 이화인의 생활속에서 날카로운 문제의식의 발견과 여론화란 점에서 크게 기여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45집의 「이렇게 생각한다」의 경우 이화인의 자기주장과 자신의 삶의 변혁과 사회의 변혁을 일으키고자하는 고민의 객관화라기 보다는 「우리가 산다는 것」이라는 이화인의 단상을 편집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분명 44집에서는 시험연기투쟁에 대한 평가, 정년퇴임을 하시는 교수님의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고민, 교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평가들이 실렸는데 45집에서는 대학내의 학문풍토, 미팅에 관하여, 채플문제등 많은 이화인들이 문제의식을 접할수 있는 주제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민 과정의 객관화화 문제의식의 심화장이 될수 없었다.

즉, 이화인의 단편적 느낌과 인상으로 소중한 문제의식을 희석화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렇게 생각한다」와「우리가 산다는것」이라는 편집기획의 차별점이 예매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앞서 느낌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려는듯한 인상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바로 각글들의 성격과 목적규정이 에매한채 나열적으로 각각의 글이 실려있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45집은 교지가 이화인의 참여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원칙이 과연 교지가 이화인에게 어떤 고민과 이화인 공동의 변혁에의 과제를 제시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교지본래의 역할을 압도해버린 결과를 초래했다고 하는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교지는 그 고유기능으로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분석하여 상황의 진로를 예견할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민중의 투쟁과 변혁의 일주체로서 이화인의 실천에 이론적 무기로서의 자기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그 역할의 수행은 이화인의 구체적인 삶속에 넘실대는 모든 지배 이데올로기와 반민중적 생활의 변혁에 교지의 풍부한 내용이 동참할때 즉, 이론적 무기로서의 자기역할을 이화인의 생활과 유리된 고립된 이론의 정립에서가 아니라 바로 이화인의 삶속에서 수행하고자 할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45집의 교지가 이화에게서 이화로가는 교지의 첫출발점에 서있다고 할때 이화인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삶을 어떻게 변혁시켜 나갈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교지가 무엇을 해야할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만이, 느낌과 생활의 단편적 총합이 아닌 함께 투쟁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변혁하는 이화인 모두의 교지를 가능케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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