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전선으로」를 기획한 「좋은 세상」을 탐방하고 진보적 얘술산업화 통한 노래운동의 확산 국내·외의 정세 변화에 따라 진보진영의 다양한 운동방식이 요구되고 자본에 의한 대중문화 산업이 대중의 정서까지 좌우하게 되면서 그간 「문화」에 대한 이론적 관심이 증폭되어 왔다.

이는 「문화」의 측면에서 지배적 속성과 저항적 가능성을 찾아 좀 더 대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 단계와는 달리 노래운동, 민중미술운동 등 진보예술운동은 여전히 「선전·선동의 도구」라는 단편적 인식을 크게 벗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예술활동면과 대중인식면에서 모두 극복방안이 요구되는 가운데 지난 7월 23일(토), 24일(일) 종합예술기획 「좋은 세상」이 「다시 전선으로」라는 색다른 공연을 무대에 올려 눈길을 모았다.

이 공연은 전국 구속·수배·해고 노동자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 기금을 마련하고자 민중정치연합, 전국노동단체연합, 전국노동운동단체연합, 진보민중청년단체협의회, 진보정당추진위원회의 다섯개 단체 주최로 개최됐다.

이 공연의 의미에 대해 연출을 담당한 조민하씨(연출가·작곡가)는『전해투 동지의 원직복직, 수배헤제, 전원석방을 요구하고 그간 흩어졌던 노동운동 세력을 결집해 94년 하반기의 새로운 투쟁의지를 결의하는 자리』라 설명한다.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렸던 이번 공연에는 「꽃다지」「노래공장」「천지인」 등의 노래패, 안치환·윤선애 등의 가수와 MBC·KBS 방송노조 노래패, 전교조 서울지부 노래패, 대우자동차 노래패 등 각 분야의 비전문 노래패가 함께 출연했고, 매 회마다 삼천석의 객석을 가득 메우는 성황 속에 끝났다.

이번 공연의 경우 「노래운동」에 국한되긴 했으나 진보예술운동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수한 몇몇 사람이 향유하는 「고급문화」나 소비지향적이고 상업적인 「대중문화」와는 달리,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해 온 각 장르의 진보문화예술은 현실적으로 재정지원이 거의 없는 여건에서 정치·사회적 이슈에 급박하게 대응하는 형태로 진행돼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진보예술은 예술로서의 전문성과 산업으로서의 완성도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연 「다시 전선으로」는 과거 단순히 집회의 분위기를 돋구려는 의도에서 불려진 「동원된」 민중 가요의 차우너에서 벗어나 전문적으로 공연기획을 전담하고 전담하려는 내용과 무대의 질적 향상을 동시에 고민하는 전문단체의 본격적인 활동의 첫 결과물인 동시에 「진보예술」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진보예술산업」의 발전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종합예술기획 「좋은 세상」의 경우 「현재 활동중인 예술 단체들의 단위차원의 산발적 역량을 모으고 노래운동의 발전 기초를 닦아 진보예술의 기량을 쌓는다」는 창단 취지를 가지고 원용호씨(민맥출판사 대표), 이강현씨(「노래공장」「천지인」매니저), 이은지씨(희망의 노래 「꽃다지」매니저)르 중심으로 93년 가을 결성됐다.

「좋은 세상」의 대표 원용호씨는 『노동자 대상의 운동을 해오다가 「대중」과 「대중적 사업」의 측면을 고려하다보니 우리를 둘러싼 문화 전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진보적 문화예술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기획단 사업의 동기를 밝혔다.

「좋은 세상」은 앞으로 「노동가요 총결산」 1·2집 음반 제작과 연말경 희망의 노래 「꽃다지」「천지인」「노래공장」의 공동 콘서트를 비롯해 「내용의 훼손이 없는 상태에서」 노래운동 차원의 음반 합법화를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점들은 기획단이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이해와 고민을 심화하고 「예술산업」의 전문성을 확보해 나감으로써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대중문화에의 잠식으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학문화 측면에서도 동아리와의 연계, 대동제 프로그램 개발 등 상호 교류의 장 확대를 통해 창조적이고 대안적인 문화 생산을 위한 방법들을 함께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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