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상상력의 힘”

지난 20일(월) MBC 드라마 「다모」 연출을 맡았던 이재규 PD(신문학과 90년 졸업)의 특강이 멀티미디어강의동(83동)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강남준 교수(언론정보학과)가 담당하고 있는 ‘방송원론’, ‘정보사회와 커뮤니케이션’ 수강생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이 PD는 경험담을 중심으로 「다모」의 제작과정에서부터 우리나라 드라마의 현실과 가능성, 나아가 전반적인 방송계의 현실에 관해 이야기했다.

약 90분간의 강의를 마친 그를 박물관 앞 벤치에서 만났다.

▲강의 후 느낌은 어땠나? 수업을 부탁한 강남준 교수님께서 “강좌명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현장감 있는 얘기를 많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큰 부담없이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얘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이전에도 대학에서 몇 차례 초청 강의를 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후배들 앞에 섰다는 생각에 긴장이 됐는지 초반에 약간 횡설수설한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진지하게 듣고 깊이 있는 질문을 하는 것도 좋지만 기대했던 만큼 시원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아마도 학생들이 내 말을 수업의 연장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서울대생들의 자의식이랄까, 그런 것이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는 걸 느낀다.

수업 끝나고도 사인 한 장 받으러 말을 거는 학생이 없는 게 왠지 좀 어색했다.

(웃음) ▲지금까지의 활동을 말해달라. 학부시절 영화 동아리 ‘얄라셩’에 몸담은 적이 있다.

하지만 과 활동과 차별성을 느끼지 못해 오래 활동하지는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학생운동이 활발했는데, 사회과학 서적을 통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주제를 굳이 영화로 다룰 필요는 못 느꼈기 때문이다.

PD가 된 이후 연출한 작품은 「다모」가 처음이고 조연출로 몇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보고 또 보고」, 「아줌마」, 「국희」 등 주로 드라마가 많고 「하얀 새」라는 특집극도 했다.

▲「다모」에서 의도한 것이 무엇인가? 사실 연출자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시청자의 해석과 평가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사극이 고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따른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형식을 갖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모」는 그 유사성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등장 인물들의 행위방식 역시 현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실감나는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보통 스포츠 중계에서 사용하는 수퍼 슬로우 카메라나, 헬리캠(무인항공카메라), 스테디캠(촬영자의 이동에도 화면 흔들림 없는 카메라) 등은 지금까지 사극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허구’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경의 사실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절대 ‘X-file’과 같은 드라마가 나올 수 없다.

현실성과 개연성에 대한 집착이 연출자를 억압할 때 상상력은 발휘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창조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PD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흔히 ‘PD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등의 구체적 자격조건을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자세인 것 같다.

PD를 어떤 사회적 지위로 생각하고 그 지위를 성취하기 위한 방법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PD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일부터 해야 한다.

어쩌면 추상적인 대답일 수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책을 많이 읽고 공상을 자주 하길 권하고 싶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