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는데 살아있는 자들 사이에서는 그들의 죽음에 대한 무수한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 낙태, 모성인가 굴레인가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낙태가 살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 나라 형법 제 269조에서도 태아에 대한 낙태행위를 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낙태를 반대한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의견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자궁 속 개체를 어느 순간부터 인간으로 보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형법은 임신 7∼8주가 지난 후의 태아를 인간으로 간주하는 반면 낙태반대운동연합 등은 수정이 된 순간부터 인간이라고 판단해 사후피임약의 복용 역시 낙태행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원치않은 임신의 경우 아이를 낳는 것보다 중절수술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한다.

생명체를 죽이는 것은 비윤리적 행위지만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부족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역시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논리다.

▷ 안락사, 죽을 권리인가 살인의 다른 이름인가 안락사 관련 논쟁은 1990년 이후 미국의 케보키언 박사가 약 130명의 안락사를 도왔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불거졌다.

안락사는 전면적인 찬성보다 부분적인 찬성 의견이 많다.

말기 암 환자 등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사람이 안락사를 직접 요청한 경우에만 허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인간에게는 스스로 죽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수명이 아니라 삶의 질이라며 죽음이 불가피한 환자의 경우 하루 빨리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훨씬 가치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망없는 삶의 연장은 남은 가족들에게 경제적·정신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안락사가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하며, 그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주장한다.

설사 안락사가 환자 본인의 뜻이라 해도 병마와 싸우는 환자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현재 안락사를 찬성하는 나라는 지난 2000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 외에 미국·영국·일본 등이 있다.

반면 독일은 아직까지도 안락사에 대한 철저한 금지를 고수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 역시 안락사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찬성의견이 증가하는 추세다.

▷ 사형제도, 인권침해인가 질서확립인가 사형제도 역시 존폐 여부를 놓고 찬반 양론이 거세다.

사형제도를 존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사회 질서가 문란해질 수 있음을 우려한다.

사형이라는 강력한 법적 제재가 없다면 사람들이 범죄를 보다 쉽게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폐지론자들은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으며 사형제도에 따른 범죄 감소 효과도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사형제도를 전면 폐지하거나 사실상 폐지한 나라는 약 104개 국이며 점점 사형제도 폐지에 동참하는 나라는 늘어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여전히 사형제도는 존재하지만 김대중 정권 이후 사형집행이 이뤄진 적은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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