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사람이 행복하게 삶을 정리하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호스피스 송성자씨를 만나 그 대가성없는 사랑에 대해 들어봤다.

- 호스피스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 생명이 6개월 남짓 남은 환자가 마지막 삶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한다.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환자가 행복한 삶과 인간의 존엄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임무다.

또 환자와 가족간의 관계 회복에도 신경을 쓴다.

현재 가정에서 환자를 돌보는데 집은 환자가 안정을 느끼는 공간이라서 그 효과가 큰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호스피스를 직업이라고 착각하는데 모든 활동이 무료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봉사활동이라고 봐야 한다.

- 그럼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대학교를 졸업하고 26살에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서른을 채 넘기기도 전에 기자로 일하던 남편이 동창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해 예기치 않은 이별을 해야만 했다.

작년 10월 함께 살던 시어머니마저 돌아가시면서 호스피스가 나를 위한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아픔을 잘 알기에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환자의 가족들도 위로해 줄 수 있을 거라 자신했기 때문이다.

- 일의 진정한 의미는? = 호스피스가 되기 전 간호사로 일 해왔다.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사실에 자부심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바쁜 병원 생활 속에서 몇 시에 환자가 죽었는지 알기 위해 감정의 동요없이 시체에 청진기를 대는 내 모습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영·육·혼의 치료가 아닌 육체의 치료에만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스피스는 이 세가지 치료를 모두 할 수 있다.

시간을 들이고 교통비를 자비로 충당하면서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천국소망’을 줄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생명에 대한 뜨거움을 느끼며 사는 것이 지금 내겐 큰 행복이다.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 39살 자궁암 말기 환자가 떠오른다.

호스피스들은 말기 암환자들의 모습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도 처음 그 집에 갔을 때 너무 놀라 숨이 막혔다.

환자 옆에 2개월 된 아기가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암에 걸린지 모르고 임신을 했던 것이다.

간호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그녀는 병원에 입원했고 32일 만에 혼수상태에 빠졌다.

환자가 하늘나라로 가기전에 깨끗이 씻어 주고 싶었다.

몸을 씻기며 “당신 너무 예뻐요”라고 말해줬다.

옷을 갈아 입혀주고 뺨에 뽀뽀해주고 “당신은 사랑받고 있어요”·“천국가서 만나요”라고 덧붙이며 그녀를 보냈다.

- 간호를 하면서 힘든 점은? = 갑자기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힘들어 하는 환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거나 친구에게 하소연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환자의 죽음이다.

일주일에 4명의 환자가 차례로 떠난 적도 있다.

이럴 땐 지지 모임이라고 해서 호스피스들이 자체적으로 모여 마음 속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 아름다운 죽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호스피스를 하면서 다양한 죽음을 지켜봤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꺼리는 사람은 마귀처럼 얼굴이 일그러지고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신기하게도 이런 사람의 시체는 뻣뻣하고 어두웠다.

반면 천국을 확신하고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선생님 천국에서 기다릴께요”라며 편안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시체의 얼굴도 환하고 부드러우며 편안해 보일 수 있음을 배웠다.

아름다운 죽음이란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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