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동안 677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라는 기사를 접했을 때 사람들은 보통 어떤 생각을 할까?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이나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대형 참사를 떠올린 사람이라면 이것이 실제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사망자 수라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지난해 9월 발표한 통계청의 ‘2002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 해 사망자 수는 24만7천명으로 이는 하루평균 677명이 사망했다는 뜻이다.

이 사망의 원인 중 암이 인구 10만명 당 130.7명의 사망자를 내고 1위에 올랐다.

이어 뇌혈관질환(77.2명)·심장질환(37.2명)·당뇨병(25.1명)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이 중 자살(19.1명)과 운수 사고(19.1명)가 각각 7위와 8위를 기록해 질병을 제외하면 주요 사망원인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자살의 경우 10년 전에는 사망원인 순위 10위였던 것이 7위로 3단계 높아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IMF 경제 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인구 10만명당 19.9명이 자살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 소장은 “한국 사회가 급변하면서 구성원들의 가치관 혼란이 컸다는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Emile Durkheim)이 분류한 자살의 유형 중 도덕적 무규범 상태에서 비롯되는 아노미적 자살을 의미한다.

아노미적 자살이 늘었다는 부분에서 아주대 이영문 교수(정신학 전공)는 “언론이 자살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오히려 해당 사회에 자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부채질한 책임이 있다”며 “단순히 사건으로 다루기 보다 예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시각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살 다음으로 높은 사망 요인은 교통사고다.

이는 「OECD Health Data」에 수록된 OECD회원국 중 29개국의 사망원인통계와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20.1명으로 그리스(20.2명, 1998년)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대 이하의 사망원인 중 1위에 올랐으며 2002년 한 해동안 발생한 총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3만953건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사고에서 53.6%가 30∼40대 피해자며 이들 중 30%가 사망했다는 점이다.

이 연령층은 대부분이 미성년자 자녀를 두고 가정의 경제활동을 전담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녹색교통 유자녀사업팀 팀장 김현주씨는 “부모의 죽음은 미성년자 자녀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학업마져 포기하게 만든다”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자살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지난 10년 간 꾸준히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의 대처방안은 아직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오히려 정부는 도로를 넓히기 위해 인도를 줄이고 부족한 주차공간의 해소를 위해 개구리 주차를 허용하는 등 사람보다는 차를 위한, 주객이 전도된 행정에만 돈을 썼다.

자살이 빈번한 대표적인 장소인 지하철이나 한강 다리 등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 조차 설치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자살과 교통사고 사망과 같은 사회 제도적 차원의 노력이 있다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한 분야의 죽음은 다른 죽음보다 안타까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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