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8월 우리학교 김경숙 교수(국문학 전공)는 LG텔레콤을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제기해 7개월여만에 150만원의 배상금을 받고 승소했다.

그를 만나 사건에 얽힌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체적인 사건의 내용은. = 지난 2000년 당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느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도서관 안에서 휴대전화의 수신·발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몇 차례에 걸쳐 통신회사 측에 건의했다.

이 때마다 LG텔레콤은 단말기에 결함이 있는 것 같다며 새 기기로 바꾸라고 말할 뿐이었다.

결국 새로운 단말기를 구입했는데 통화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원인은 단말기의 문제가 아니라 도서관에 중계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통신회사 직원 때문에 엉뚱하게 단말기만 구입한 셈이었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 LG텔레콤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할 뿐이었다.

­소송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 한 번은 고객센터를 찾아가 몇 명의 상담원과 담당 과장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용약관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나 모두 한결같이 이용약관이 없다고 잡아뗐다.

그런데 때마침 한 직원이 실수로 내 앞에서 이용약관을 떨어뜨려 버렸다.

고객센터 전체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건 대기업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LG텔레콤을 고소하기로 결심했다.

­소송과정 중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 소장을 내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법률 지식이 전무한데도 마땅히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막막할 따름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얻은 기초 지식으로 겨우 소송절차를 파악하고 서류를 작성했다.

그런데 막상 고소를 하려니 우리 나라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을 변호사도 없이 상대한다는게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때로는 내가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들기도 했다.

­이번 사건으로 느낀 점이 있다면. = 내 평소 좌우명이 “자존심을 버리지 말자”다.

학생들에게 권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지 않으면 남는 건 패배주의 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특히 이번 일은 나 한 사람의 영리를 챙기려는게 아니라 전체 소비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미흡하나마 약자를 무시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알리고 앞으로 나와 같은 일을 겪을 사람들을 위해 선례를 남기려 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라는 변호사를 꺾고 혼자 힘으로 승소할 수 있었던건 판사가 그런 내 뜻을 이해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 인생을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후배이자 제자인 이화인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 무엇이든 부딪혀보지 않으면 막연한 두려움만 쌓일 뿐이다.

법은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내 안위와 연결된다.

때문에 꾸준한 공부를 통해 법을 자세히 알고, 사소하더라도 잘못된 일이 있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야할 것 같다.

그래야 나중에 더 큰 현실적 문제가 생겼을때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법은 궁극적으로 사회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힘이라는 것을 이화인 모두가 잊지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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