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호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있어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의시행에따른국가및지방자치단체의재산의관리와처분에관한법률’ 이는 무려 83자를 띄어쓰기 없이 표기한 정식 법률명이다.

우리나라 법제처와 국회의 ‘법률 입안 심사 기준’에는 아무리 긴 법률명이라도 붙여 쓰라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르면 위 법률명은 옳은 표기다.

대다수 법조인들도 법률문의 특수성을 감안해 법률명의 띄어쓰기는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학교 김상일 교수(법학 전공)는 “법 이름은 그 자체가 고유명사”라며 “띄어쓰기는 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이에 국립국어연구원 김문오 학예연구원은 “법률명은 그 법률의 내용이 전면 개정되더라도 동일한 법률명을 사용하므로 고유명사는 아니다”라고 밝힌다.

‘해’가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인 이유는 유사한 사물이 하나 더 출현하게 되면 역시 같은 이름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민법’· ‘형사소송법’·‘도로교통법’등은 전면 개정 되더라도 동일한 법률명을 사용하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 법률명 표기는 한글 맞춤법 띄어쓰기 규정에 분명히 어긋난다.

이처럼 법률명을 띄어쓰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민법이 일본 민법을 그대로 직역해 옮겨왔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958년 2월22일 현행 민법 제정에는 김병로 대법원장 등 일본 유학파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당시 일본에서 제대로 된 우리말을 배우지 못해 일본어를 우리말로 정확하게 번역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법 내용 뿐 아니라 용어와 어법까지도 그대로 차용돼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현행 민법(일부 개정 2002. 1. 14 법률 제6591호)이 日本國 民法(일부 개정 1950년 법률 제123호)을 거의 60%이상 직역하고 있다는데서 드러난다.

우리나라 조사의 경우 ‘에’와 ‘에게’를 구분하지만 일본어의 문법대로 옮긴 서툰 번역에 의해 ‘에’로 통합돼 사용한다.

따라서 ‘∼에게’라고 간단히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을 모두 ‘∼에 대하여’등으로 표기하고 ‘∼에 있어서’있는 것이다.

또 ‘대리인이 여러명인 경우(일 때)’가 자연스럽지만 ‘대리인이 수인인 때에는’으로 표기하는 것도 이런 오류의 한 예다.

현행 민법의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와 일본투의 표현, 문법적 오류에 관한 지적은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법제처 김태웅 기획예산 담당관은 “법률 용어 순화 사업의 일환으로 법률명 띄어쓰기에 관해 중앙부처·법률관련단체·대법원·한글학회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며 “앞으로 법조문을 한글로 표기하는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법률용어 순화를 위한 국가기관 합동회의가 오는 7일 국회 사무처 법제실 주최로 열린다는 사실이다.

김문오 학예연구원은 “민법은 출생·혼인·이혼·유산 등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순간까지 다른 어떤 법보다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 국민의 삶과 함께 해온 민법은 다른 어떤 법보다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워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법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조금씩 노력해 가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여기서 기억해야할 점은 다수의 국민은 자신의 권리를 쉽게 찾길 바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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