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알면 경영학이 보인다 「마케팅은 숫자싸움이다」의 저자 츠바키 이사오는 수치적 근거를 들며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혹시 비즈니스, 즉 경영학은 인문계 학생들이 택하는 전공인데 수학과 무슨 상관이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김진호 교수(경영학 전공)는 “경영학은 문과 속의 이과 학문”이라고 말한다.

숫자는 기업을 경영하고 분석하는 결정적이고 객관적인 지표이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만 하더라도 필요한 자원의 양은 얼마인지 공정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숫자는 꼭 필요하다.

경영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식·채권금리와 같은 단어들도 수가 없었더라면 그 개념을 정의하는 것조처 힘들었을 것이다.

기업의 성적표를 따져보는 회계는 정확한 분석을 위한 점수화 과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마케팅에서도 숫자는 어김없이 위력을 발휘한다.

숫자 마케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가격 책정에 관한 부분이다.

소비자들은 가격에서 10으로 인식되는 0이 중복되면 값이 비싸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0에 미치지 못하는 9나 8이라는 숫자를 보고는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껴 물건을 사곤 한다.

할인마트에 가면 990원이나 9900원이라 적힌 가격표가 대부분인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모 기업은 이런 원리에 착안해 모든 제품을 3만 9800원에 파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홈페이지 주소도 아예 www.398.co.kr로 정했다.

또, ‘콘텍600’·‘덴탈클리닉 2080’처럼 제품명에 숫자를 넣는 숫자 상표도 자주 등장한다.

특허청에 따르면 하루 3개 이상의 숫자 상표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숫자는 이미지 전달이 빠르고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제품을 각인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이 선호 이유다.

기업은 ‘187168’과 같이 언뜻 십만단위의 복잡한 수로 보이는 상표로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한다.

‘187168’은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키가 남자는 187cm, 여자는 168cm라는 것에 착안해 ‘당신도 이상적인 신장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음료수 이름이다.

또 ‘콕스(C.O.A.X)’는 원래 브랜드 외에 1976년의 히피문화를 기념한다는 의미를 지닌 숫자 76을 함께 상표로 정했다.

캐주얼 의류의 숫자 상표는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TV에서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아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기호인 숫자, 마케팅에서의 그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숫자는 인간의 삶에서 없어선 안 될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각종 수치를 비롯해 가격과 숫자 상표까지… 경영의 각 분야에서 제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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