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로 죽은 운전자 10명 중 4명은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는 통계 자료가 있다.

이 자료를 보고 어떤 사람이 “그럼, 안전띠를 맨 사람은 6명이나 죽은거네. 안전띠를 매는게 더 위험하군”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 그는 분명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통계의 오류에 빠져든 예가 적지 않다.

위의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20세기 미국의 10대 사건으로 선정된 OJ심슨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로 보이는 통계가 법적인 판단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기 때문에 통계를 설명함에 있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OJ심슨은 미식축구 스타이자 영화배우로 자신의 전 부인과 그녀의 애인을 살해한 혐의을 받아 경찰에 체포됐다.

그가 범인이라는 충분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확률을 교묘하게 이용한 변호인단의 설득에 넘어가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 당시 피살현장에서 채취한 DNA가 심슨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첫번째 증거로 제시됐다.

검사측은 DNA결과가 우연히 일치할 확률이 1만분의 1이므로 심슨이 범인일 확률은 99.99%라고 주장했다.

변호사측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LA의 인구 300만명 중 0.01%인 300명이 같은 DNA를 가진다며 살인자가 아닌 사람은 300명 중 299명이라는 논리를 주장했다.

따라서 이들은 심슨이 무죄일 확률은 99.7% 라고 맞섰다.

두번째 증거는 범행 현장에서 심슨의 것과 동일한 사이즈의 신발자국과 그 왼쪽에서 발견된 핏자국이다.

신발자국 왼쪽에서 핏자국이 발견됐다는 것은 피의자가 신체의 왼쪽 부위에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뜻한다.

당시 심슨의 왼손에 상처가 있었다.

심슨에게 불리한 증거였지만 변호인단은 발 사이즈가 같은 사람과 왼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무수히 많다며 심슨을 변호했다.

이들은 발 사이즈가 같으면서 왼손에도 상처가 있는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인위적으로 무시한 것이다.

즉, 변호인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진 사람이라도 무죄일 가능성이 있다’며 심슨의 죄없음을 주장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한남대 권세혁 교수(통계학 전공)는 “통계의 매력은 오차”라며 “이는 여백과 같아서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작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약간의 오차에 따라 살인자를 처벌할 수도 세상으로 풀어 줄 수도 있는 통계.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OJ심슨 재판과 같은 어리석음을 다시 범하지 않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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