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성 별 3개·흥미성 별 4개’ 평론가들은 영화의 작품성과 흥미를 이렇게 별의 갯수로 평가하곤 한다.

이 외에도 우리 주위에는 급기야 행복지수와 같이 사람의 감정을 수치로 나타내는 개념까지 등장했다.

과학적으로 보이는 숫자가 모호함을 싫어하는 현대인들을 사로 잡은 것이다.

그러나 확률·통계·그래프 등의 수학적 개념에 대해 살펴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숫자의 객관성과 정확성이 항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확률과 통계는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20대는 25%이고 70대는 2% 라는 통계 결과를 보고 나이가 들수록 자살하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성급하게 결론 지어선 안된다.

70대 노령인구에 비해 사망률이 낮은 20대에서 자연사나 사고사보다 자살률이 높은 것은 상대적인 수치이기 때문이다.

통계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려고 수치를 조작하는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론 조사 기관이 생기기 전 정주영·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대통령 선거 전에 자체 여론 조사를 실시한 후 서로 자기가 우세하다는 발표를 했다.

세 후보는 모두 자기 지역 유권자를 중심으로 표본을 추출했기 때문이다.

정책 실패를 숨기기 위해 주요 경제 통계 수치를 축소하는 일도 다반사다.

통계청은 2001년 여름 배추 가격이 91%나 폭등하자 당시 출하되지도 않은 봄·가을 배추 물량까지 통계에 포함시켜 상승률을 실제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발표했다.

퍼센트는 조사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때문에 통계 수치의 비교 대상이나 조사배경을 모른채 수치에만 관심있는 대중은 쉽게 속아 넘어간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이은경 교수(통계학 전공)는 “통계학의 학문적 역사가 길지 않아 일반인들이 그 본질을 쉽게 납득할 만큼의 교육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가지 통계의 결과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좌표상에 표시한 그래프 역시 그리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프의 수평축과 세로축의 눈금에 따라 그래프의 경사나 길이·폭은 쉽게 왜곡된다.

수평축의 눈금을 촘촘하게 하면 변화가 상하로 심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눈금의 간격을 넓히면 변화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신문에 제시되는 그래프는 지면 절약의 이유로 밑부분을 생략하기도 한다.

이런 그래프는 합리적이긴 하지만 원래보다 오차를 부풀리기 쉽다.

평균의 경우도 산술평균·기하 평균·중앙값 등 여러가지 중에서 자신이 주장을 펼치기에 유리한 평균값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를 객관적인 수치라 보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1·1·2·3·4라는 5개 수의 산술평균은 2.5이고 중앙값은 2이다.

여기서 마지막 수만 바꿔 1·1·2·3·13의 평균을 구하고자 할 때, 산술평균은 4로 변하지만 중앙값은 그대로 2가 되고만다.

정확하고 논리적인 수학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학교 김경화 교수(수학 전공)는 “수학이란 학문자체는 변하지 않는 진리지만, 그 진리를 어디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고 전한다.

숫자·수치·통계를 다루는 사람들이 결과를 고의적으로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고 간단하며 정확하게 보이는 숫자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는 것이다.

숫자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믿기 힘들 數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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