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재능이 있는 소년이 한 소녀에게 반해 운동을 시작하고 눈부신 성장을 한다는 내용의 만화나 영화제목은? ‘어디서 분명 들어본 내용인데…’라며 고민할 필요가 없다.

스포츠 영화나 만화 대부분이 위와 같은 내용이기 때문이다.

먼저, 스포츠 영화·만화에선 대게 여성이 남자 주인공을 응원하거나 도와주는 보조자의 역할로 나온다.

주인공은 이 여성에게 반해서 운동을 시작하는데, 대표적으로 만화 ‘슬램덩크’에서 채소연을 짝사랑해 농구를 시작하는 강백호를 들 수 있다.

육상계 유망주가 공원에서 테니스를 치던 여학생에 반해서 테니스 선수가 된다는 설정(만화 JUST GO! GO!)도 있다.

이 밖에도 남자 운동부의 홍일점 코치도 종종 등장한다.

수중발레 남자 선수 이야기의 영화 ‘워터 보이즈’에서는 미모의 여교사가 수영부를 맡게 되자, 서른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린다.

1905년 한국 최초의 야구단을 소재로 한 영화 ‘YMCA 야구단’에서 신여성 정림은 야구단의 유일한 여자이다.

만약, 주인공이 여자에 반해서 운동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여자 코치도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는다면? 그건 주인공이 예전부터 애인이 있었던 건 아닌지. 아마도 야구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엄지와 같이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성이 등장할 것이다.

스포츠에 도전하는 여성을 그린 영화에서도 성차별적 시각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운동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디 여자애가”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야 한다(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 여성 야구 영화 ‘그들만의 리그’에선 구단주가 선수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고 챠밍스쿨에 다닐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한다.

현실에서든 영화·만화에서든 여성들이 스포츠를 맘 놓고 하기가 아직은 어려운 모양이다.

남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누비는 여성이 주인공인 스포츠 영화나 만화는 도대체 어디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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